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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뉴햄프셔주의 친구

[LA중앙일보] 발행 2007/09/05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07/09/04 18:11

김완신 편집 부국장

휴가를 이용해 동부를 다녀왔다. LA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동부의 도시들을 보고 싶다고 해서 출발한 여행이었다. 17년전에 동부를 여행한 적이 있어 별다른 설레임없이 순수하게 교육목적(?)으로 떠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워싱턴DC에서 링컨 기념관 연방의사당 등을 찾았고 뉴욕에서는 브로드웨이와 자유의 여신상을 관광했다. 보스턴에서는 교육목적에 충실하려고 보스턴 차사건 현장 등 역사 유적지를 방문했고 몇몇 대학교의 캠퍼스를 찾기도 했다.

여러 곳을 다녔지만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동북부 뉴햄프셔주의 작은 도시 내슈어에 살고 있는 친구와의 만남이었다.

보스턴에서 북쪽으로 40~50마일을 운전해 친구 집에 도착했을 때 주경계는 이미 매사추세츠주에서 뉴햄프셔주로 바뀌어 있었다.

여행 일정에도 없던 뉴햄프셔주였다. 여름이 아직 남아 있었지만 가을로 가는 풍경은 가슴 한켠을 서늘하게 하는 시간여행이었다.

친구의 집은 산과 물과 나무로 둘러싸여 있었다. 마치 산장을 찾은 듯한 아담한 집에 사방으로 난 창문들은 서서히 물들어 가는 가을 정취를 담고 있었다.

뒷마당의 잔디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되는 오솔길은 불과 몇 발자국 가면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연 그대로와 마주하고 있었다. 하룻밤을 지내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계절의 향기로 가득했다.

아이들 셋 둔 친구와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고 자연스럽게 교육문제가 화제로 떠올랐다. LA에서는 어떻게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느냐는 친구의 질문에 SAT학원이 수없이 많고 고등학생을 둔 집에서는 한국 못지않게 입시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친구의 반응은 의외였다. 그곳에서 고등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지만 교사들이 그다지 입시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한번은 아들의 SAT성적을 갖고 학교를 방문해 입시문제에 대해 상의했더니 교사의 말이 대학입시에 대해 잘 모른다면서 입시정보를 알려주는 웹사이트를 소개해 주었다고 한다. 학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이지 결코 대학을 보내기 위한 학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교 뿐만이 아니다. 생활도 많이 달랐다. 근처에 한국마켓이나 한인 운영 비즈니스는 전무하고 미국교회에 다니면서 이웃 주민들과 동화돼 살고 있다고 한다.

외롭지 않느냐고 질문에 LA와 같이 한인들이 많은 곳에 살아본 적이 없는 친구는 미국에서 모두 이렇게 사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여행중 LA 친지에게 전화를 했더니 연일 100도가 넘는 무더위가 한창이라고 했는데 그곳에서는 벌써 낙엽이 지고 얼마 후에는 사방에 쌓일 눈을 치울 걱정을 하고 있었다.

같은 미국에 살고 있지만 LA와 그곳의 생활은 완전히 다른 문화권처럼 느껴진다.

LA를 거쳐 동부의 작은 도시에 정착한 한인이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처음 한국에서 LA로 왔을 때는 전혀 문화적 충격을 경험하지 못했는데 같은 나라인 LA에서 지방의 소도시로 이주했을 때 비로소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고 적고 있었다.

삶의 방식에는 우열이 없다. '먹고 살 것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한인들이 거주지에서 소외시킨 그곳에 자연과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삶이 있었다.

여행은 많은 추억을 남긴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뉴욕 브로드웨이의 화려한 불빛 보다 뉴햄프셔주의 작은 도시에서 보았던 소박한 풍경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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