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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이어지고 있는 '코리언 골프 대디'의 빛과 그림자

캐디ㆍ기사ㆍ매니저 '1인 3역'…"리디아 고 '제2의 미셸 위' 우려"
부친-레드베터 코치 최근 대놓고 충돌하기도

"리디아 고의 부모는 언제 자야 하고,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어야 하는지까지 일일이 말해준다. 골프에 대해 잘 모르는 리디아 고의 아버지가 딸의 스윙에 대해서도 참견했다."

세계적인 골프 교습가 데이비드 레드베터(영국)가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19·뉴질랜드·한국명 고보경)와 최근 결별했다. 말이 좋아 결별이지 사실상 해고 통보를 받았다. 자존심이 강한 레드베터는 헤어지면서 쓴소리를 했다. "리디아, 너의 인생·너의 골프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는 부분을 늘려야 한다."

리디아 고의 부친(고길홍)은 딸을 위해 뉴질랜드로 이민 간 한인이다. 한때 '천재 골퍼' 소리를 들었던 하와이 출신 미셸 위(27·한국명 위성미)의 아버지(위병욱)도 한인이다.

미셸 위 역시 아버지의 지나친 간섭 때문에 천재성과 의욕이 시들었다는 말을 듣는다. 지난 3월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서 전인지(21)가 에스컬레이터에서 굴러내려온 짐가방에 맞아 굴러떨어지며 허리를 다쳤다. 가방 주인이 '라이벌' 장하나(23ㆍBC카드)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갈등과 억측이 일파만파 확대됐다. 이후 전인지와 장하나 측 모두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골프 대디'는 한국의 독특한 엘리트 골프 문화를 상징하는 단어다. 한국 골프(특히 여자)가 세계 정상에 오른 데에는 골프 대디들의 희생과 헌신이 큰 몫을 했다.

<관계기사 4·6면>

박세리·박인비·신지애 등 세계 정상을 경험한 선수들 뒤에는 골프 대디들이 있었다. '고보경'의 재능을 읽어내고 뉴질랜드로 이민 가 체계적인 훈련과 관리를 통해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를 만든 것도 아버지였다.

자식의 성공이 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핏줄 의식, 부지런함과 집요함이 코리언 골프 대디의 특징이다.

반면 글로벌 에티켓과 매너가 부족해 이런저런 해프닝을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제 그 공과를 냉정하게 따져볼 때가 됐다.

JTBC골프 임경빈 해설위원은 미국에서 20년동안 거주하며 미셸 위의 부침을 지켜봤다. 임 위원은 "미셸 위가 성적이 나빴을때 현지 기사ㆍ댓글을 보면 '이번에도 아버지가 와서 간섭하는 바람에 망쳤다' '제발 부모가 외동딸을 놔줘라'는 내용이 많다. 3년전 미셸 위가 슬럼프를 겪을때 경기를 보니 그린에서 4퍼팅을 하는 등 무성의하게 치더라. 화가 잔뜩 나 있는 것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반항이었다. 자꾸만 뭐라고 하니까 '그럼 내 맘대로 칠게'하며 80타 가까이 쳐 버린 것이다."

임 위원은 리디아 고도 미셸 위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스윙 폼을 살짝 바꿔도 차이가 확 나는 것이 골프다. 그런데 리디아는 스윙 코치·캐디·클럽을 한꺼번에 모조리 다 바꾸었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딸이 지난해보다 비거리가 줄고, 그린 적중률마저 크게 떨어진 것을 보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이사람 저사람 얘기를 들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최종결정은 전문가에게 맡겼어야 한다."

‘스타 자식들’ 아버지보다 실력 떨어져
해외무대서 부모끼리 헐뜯는 경우도


임 위원이 재미있는 분석을 해 줬다. 스타 골퍼의 자제들이 대부분 아버지보다 골프를 못 친다는 것이다. “잭 니클러스의 두 아들이 모두 골프를 했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자니 밀러ㆍ리 트레비노 등 쟁쟁한 전설들의 2세도 잘 된 경우가 없다. 왜 그럴까. 자기들이 답답한 마음에 아이들 스윙에 손을 댄 거다. 본인이 잘 치는 것과 아들 잘못된 것을 가르치는 건 별개다.” <관계기사 6면>

흔치 않은 세계 정상급 부자 골퍼가 제이 하스(63)와 빌 하스(34)다. 그런데 두 사람의 스윙이 전혀 다르다고 임 위원은 설명했다. “제이 하스는 아들을 전문 교습가에게 보내고 전혀 터치를 하지 않았던 거다. 이처럼 선수와 교습가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세계적인 선수도 이런 판인데 보기 골퍼가 프로인 자식을 가르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임경빈 위원과 함께 JTBC골프 해설을 맡고 있는 박원 프로는 전인지의 스윙 코치 겸 멘탈 트레이너다. 전인지는 박 위원을 “스승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절대 신뢰한다. 전인지는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신인상을 받았고, 리디아 고와 마지막 대회 마지막 홀까지 접전을 펼친 끝에 베어 트로피(최소타수상)도 거머쥐었다.

박 위원은 “한국 골프 발전에 골프 대디의 역할이 컸지만 동시에 부작용도 많았다”고 했다. 그는 “프로 선수의 부모라면 이만큼 오기까지 얼마나 몸고생, 마음고생이 많았겠나. 그 과정에서 평판에 흠이 될 수 있는 일을 많이 겪을 수밖에 없다. 부모들끼리 만나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게 아니라 깎아내리고 흠을 잡으려 할 때가 많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으면 ‘내가 어떻게 얘를 키웠는데’ ‘얼마나 소중한 자식인데’라며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다. 해외 나가서 부모끼리 만나면 서로 외면하거나 영혼 없는 인사만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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