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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야 하니까…"

심층취재:LA한인타운 노숙자(2)삶
Do they know it's Christmas

21일 LA한인타운 후버와 선셋 플레이스 코너 한 자동차 주차장 펜스 옆 텐트. 겨울비가 내리는 가운데 라틴계 20대 남성이 각종 잡동사니를 정리하고 있었다.

"과테말라에서 8년 전에 왔어. 가족은 없어. 보다시피 나는 재활용을 하는 일을 해. 하루 20달러 정도 버나. 이 돈으로 하루 끼니만 해결할 수 있어. 운 좋은 날은 하루 세 끼, 안 좋은 날은 한 끼만 먹어. 원래는 공사장에서 일했는데…."

이민생활 8년의 라틴계 청년, 어눌하지만 의사소통은 분명한 영어를 썼다. 담담한 어투로 다운타운 거리보다는 한인타운이 좋다고 했다. "크리스마스? 아무 계획이 없어. 글쎄 무엇을 할지 모르겠네. 아마 그날도 난 일을 하겠지. 먹어야 하니까."

청년 옆으로 배낭을 멘 채 나타난 중년 남성. 리피델 곤잘레스(47)는 26년 전 엘살바도르에서 가족과 이민 길에 올랐단다. 한인타운에서 노숙 생활한 지 2~3년째. 행색이 멀쩡해 의아하단 눈빛을 보내자 다 안다는 듯 웃었다. 스마트폰 녹음기를 들이대자 방송은 하지 말라고 했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공사장 인부로 일해. 요즘은 허탕치는 날이 많아. 그럴 때는 윌셔와 유니언 홈디포 앞에서 하루 종일 서 있어. 돈을 버는 날에는 가족에게 뭔가를 좀 보내지. 왜 떨어져 사냐고? 너도 알잖아, 가족이란…"

곤잘레스는 갑자기 말을 줄였다. 잠깐의 정적. 소의 눈을 닮은 크고 착한 눈동자가 구슬펐다. 그리고는 이내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온 듯 했다. 내리는 비가 신의 선물이라며 "나는 친구 20~30명 정도를 둔 '소셜 퍼슨'이야. 주머니 사정만 괜찮다면 그들과 선물을 나누고 싶어. 돈 없으면 주눅 드는 건 어쩔 수 없잖아.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고 나이스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그는 "한인타운(거리)에 살면서 참 많은 친구가 세상을 떠났어. 그네들 친절했고 좋았지. 그들이 그리워…"라며 목젖이 꿀꺽했다.

또다시 말이 없어진 정적.

'Silent night…Holy night.'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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