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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가난'이라는 질병

[LA중앙일보] 발행 2007/09/12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07/09/11 18:21

김완신 편집 부국장

보통 사람들의 사소한 일상은 항상 주목을 받지 못한다. 유명인사들의 죽음은 신문 지면을 장식하지만 일반인들이 겪는 슬픔은 단순한 개인사로 잊혀진다. 비행기가 추락해 수십명이 사망한 사건은 세인의 주목을 받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수백만의 사람들은 그들만의 고통과 비애를 견뎌야 한다.

환경 테러 종교 이념 갈등은 현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다. 정치 지도자와 학자들은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빈곤의 문제다. 환경 오염이나 종교 갈등 테러 위협 등은 추상적인 개념이다. 빈곤의 문제처럼 삶과 죽음을 가르는 생존이 걸린 사안은 아니다.

유엔의 발표에 따르면 세계 최고 부유층 225명이 벌어들이는 수입이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빈곤국 국민들의 수입을 합친 것과 같다고 한다. 27억 인구에게 분배돼야 할 재화가 200명이 조금 넘는 극소수에게 집중돼 있는 것이다.

식량도 마찬가지다. 인구를 전부 먹이고도 남을 식량이 생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먹을 것이 남아 버리는 지역과 먹을 것이 없는 지역의 극단적인 양극화가 존재한다.

세계보건기구의 발표도 충격적이다. 제 3세계 국가 주민들이 질병으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제대로 진통제 한번 써보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진통제의 67%가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영국 호주 등에서 사용되고 인구의 80%에 해당되는 빈곤국 환자들에게는 단지 6%의 진통제가 주어지고 있다고 한다.

빈곤지역 긴급구호요원으로 근무하는 한 여성은 책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구호현장에서 한 소녀와의 기억을 이렇게 전한다.

그녀는 구호활동 기간이 끝나 아프가니스탄을 떠나는 날에 한 소녀에게 빵을 하나 주었다고 한다. 그러자 소녀는 그 빵을 다시 주면서 그간의 정을 아쉬워했다. 소녀에게 빵 한조각은 며칠만에 처음 보는 식량이었고 목숨과도 같은 중요한 것이었다.

빵을 건네는 소녀의 눈동자를 바라 본 구호요원은 한 순간 갈등을 했다. 빵을 다시 소녀에게 주어 굶주린 배를 채우게 할 것인가 아니면 빵을 받아 그 소녀와 친구가 될까를 생각했다. 결국 빵 한조각을 베어 먹어 '사랑'을 택했다.

어수선한 세상이다. 9.11 6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테러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종교갈등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심화될 뿐이다. 세계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미국 대선은 열기를 더하고 있지만 후보중 어느 누구도 빈곤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

지금도 아프리카 분쟁지역에서는 7분에 한명씩 기아로 죽어가고 있다. 독성 식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다. 독성은 간에 서서히 쌓여 조금씩 목숨을 앗아가지만 굶주림은 해결하지 않으면 당장 죽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가장 큰 질병인 빈곤으로 수없는 사람들이 소리없이 죽어간다. 항상 강자의 편에 서 있는 세상은 예방 가능한 이 질병에 주목하지 않는다.

빵을 건네는 소녀의 천진한 모습을 기억하는 마음들이 모일 때 모든 사람들의 최소한의 생존이 보장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세계빈곤퇴치의 날을 앞두고 곳곳에서 행사가 준비중이라고 하는데 왠지 '퇴치'라는 말이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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