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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내 말만 듣고 기사 쓰세요"

[LA중앙일보] 발행 2016/12/26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6/12/25 17:58

김형재 / 사회부 기자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참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취재원의 기구한 이야기나 억울한 사연을 들을 때면 간접체험이란 소중한 기회도 얻는다.

겸손한 자세로 자신과 주변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들에겐 존경심마저 든다. 그들이 선택한 단어, 말투, 어감에서 몸에 밴 인격이 드러난다.

반면 대화 과정에서 자신의 목적만 달성하려는 이들도 많다. 목적 달성을 위한 '허위의식'은 일방적인 대화에 자주 나타난다. 이런 사람들이 주로 기대는 대화의 기술은 '거짓 권력'이다.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지만큼 표현을 최대한 포장한다. 과장된 표현은 그래서 무게감이 없다.

기자는 불만의 대상일 때가 많다. 왜 글을 써서 긁어 부스럼을 만드냐는 불만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자신이 연루된 불미스러운 일을 최대한 감추고 싶어 한다. 이럴 때 당사자는 "내 말만 듣고 쓰세요" "상대방이 거짓말 하는 겁니다"라는 표현을 일상으로 한다.

허위의식과 거짓 권력에 기댄 이들은 "자꾸 이런 식이면 재미없다" "당신과의 악연은 언젠가 끝을 보겠다" "신문사에서 일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유·무형의 폭력까지 암시한다.

다수가 공유할만한 내용을 밖에 알리는 일이 기자의 업이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정제한 뒤, 글로 표현하려 애쓰는 이유다. 때로는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판단은 배제한다.

그런데도 특정 문제에 얽힌 당사자는 "내가 누군지 아느냐"는 식으로 자신의 치부는 감추고 이익만 추구하려 한다. 여러 과장된 표현이 공허한 외침이란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통 자체를 거부한다. 자신의 내면을 표현할 방법을 모르니 감정에 치우쳐 일만 그르친다.

한국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도 비슷한 고충을 토로한다. 한인사회 주요 단체장과 처음 만날 때 당사자들 화법은 약속한 듯 똑같다. "내가 한국의 아무개랑 친하다" "혹시 아무개를 아느냐" "한국 아무개에게 잘 이야기 해주겠다"는 말이 앞설 뿐, 정작 당사자 자신이 누구인지 소개하는 대화는 없단다.

한 공무원은 "한인사회 인사는 왜 자신을 소개하는 방법을 외면하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누구이고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는지를 표현해야 지원 등 도움을 줄 수 있다. 과장된 표현과 인맥 자랑을 접할 때면 누군가의 이름에 기대 쉽게 이익을 취하려는 꼼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공무원은 "이민 온 분들이 미국에서 자리 잡은 사연을 접할 때 대단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정말 모두의 귀감이 돼 한인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분들이 곳곳에서 활동한다. 이런 분들이 한인사회를 외면하지 않도록 '꼼수'가 사라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화를 나눌 때 허위의식과 거짓 권력을 자제하면 어떨까. 과장된 표현은 본인의 밑천을 쉽게 드러내는 지름길이다. 이런 사실을 외면한 채 자신을 계속 부풀린다면 한인사회 공동체에 악영향만 끼칠 가능성이 높다. 진솔한 표현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쉽다. 특히 한인사회 공동체를 위해 나서고자 하는 이들은 과대포장을 벗어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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