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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어느 법대 교수 이야기

수잔 정 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암에 걸리면 친구들이 꽃을 보내주지요. 그러나 정신병에 걸린 사람에게는 아무도 꽃을 보내주지 않더군요." USC 법대 교수로 10여 년을 재직해온 51세 된 엘린 색스의 말이다(9월10일자 LA 타임스 보도).

그녀의 증상은 16세 때부터 '망상'으로 시작되었다. 학교가 끝난 후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려면 길가의 집으로부터 "너는 나쁜 애야" 등의 온갖 메시지가 들려 왔다. 밴더빌트 대학 재학 중에도 아스피린 과다 복용 등으로 기숙사 동료들을 놀라게 했다. 병을 숨기려고 그녀는 공부에만 빠져들었다.

그러다가 옥스퍼드 대학에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병세는 심해졌고 그녀는 길거리를 걸으면서 중얼거렸다. "절대로 남과 이야기하면 안 돼. 말을 한다는 것은 네 속에 무언가 들어 있다는 것인데 너는 도대체 아무 것도 없잖아! 너는 아무 가치도 없는 무용지물이야!"

영국의 정신 병원에 입원했지만 약물 복용은 거부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심하게 피폐된 모습을 보며 도움이 필요함을 느꼈다. 드디어 정신치료제 약물을 쓰면서 상담치료를 계속했다. 그녀의 망상은 주변 사람들이 실제 인물이 아니고 가면을 쓴 거짓 인물이라는 잘못된 믿음이었다. 그러니 자신의 치료자도 믿어지지 않았다.



"당신은 실제로는 탈을 쓴 악마지? 그래서 결국 나를 죽이려는 거지?" 항정신제 약물 사용을 중단하면 이런 현상이 더해졌다. 상담을 받으러가던 어느 날 철물점에 들려서 도끼를 고른 적도 있었다.

영국에서 돌아온 그녀는 예일대 법대에 진학했고 다시 한번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누구인가 자신의 연구 논문을 훼방한다고 믿었다. 도서관 창문으로 빠져나가 지붕 위에서 춤을 추는 바람에 남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나는 신이다.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지 알아? 누구인가가 나의 두뇌를 움직여서 죽이는 것뿐이야. 나는 생명을 줄 수도 있고 다시 뺏어갈 능력도 있다."

이런 망상을 하면서도 그녀는 병동 안에서 법대 교과서를 읽었다. "나는 정신병자가 아니다. 법대학생이란 말이다."

다시 돌아온 법대에서 그녀는 좋은 친구를 만났다. 그의 도움과 지속된 치료를 받으며 그녀는 정신병에 관련된 법률들을 연구했다. 범죄자로 몰린 정신병 환자들을 위해 변호도 했다. 교수로 재직하던 몇 년 전 그녀는 유방암 선고를 받았다. 방사선 치료 도중 그녀는 '초록 인간'들을 보았다. 항정신제 약물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깨달았다. 정신분열증 환자인 자신은 일생 동안 정신과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마음의 문을 열었다. 정신병에 대한 책을 쓰기로…. 교수로서가 아니라 정신병 환자로서 책을 쓰는 것이다. 그러나 겁이 났다. 혹시나 직업을 잃는 것은 아닐까? 법대 학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안심되는 답을 듣고야 책을 출판했다.

드디어 금년 8월에 그녀의 책 '정신병과 살아온 나의 인생 여정'(The center can not hold; My journey through madness)이 나왔다. 많은 한국인 정신병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정신병이란 신의 저주도 인생의 끝장도 아니다. 꾸준히 치료해 나가면서 희망을 잃지 않으면 행복을 찾을 수도 있는 두뇌의 질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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