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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로 햄버거 먹고 싶다는 말에…"

[LA중앙일보] 발행 2016/12/29 미주판 1면 기사입력 2016/12/28 19:44

2000달러 노숙자에게 기부
분식점 운영하는 이의진씨
IMF로 망하고 무일푼 LA와

"얼마 되진 않지만 이 돈으로 노숙자가 필요한 데 써줬으면 합니다. 꼭 돕고 싶습니다." 지난 23일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본지는 21일부터 24일까지 LA한인타운 노숙자에 대한 심층취재를 실었다.

전화 주인공은 28일 2000달러짜리 체크를 들고 찾아왔다. 전화를 받았을 때 돈을 많이 벌어 놓은 부유한 시니어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랐다. 20~3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새마을'이라고 적힌 모자를 눌러 쓴 다소 허름한 모습.

노숙자를 돕겠다며 손을 내민 이는 LA한인타운에서 분식점(김밥천국)을 운영하는 이의진(65·사진)씨다.(알리고 싶지 않다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하는 이씨를 겨우 설득해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잘 나가는 비즈니스맨이 아니다. 작은 분식점을 운영하는 사장이다. 한마디로 이씨가 건넨 돈은, 그가 직접 김밥도 말고 배달도 해가며 번 돈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안정적이다. 이 정도면 됐다"며 "조금씩이라도 남을 도우며 살고 싶다"고 했다.

"노숙자 기사를 잘 읽었습니다. 근데 그 중 한 노숙자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햄버거를 먹고 싶다는 말에… 가슴이 미어져 왔습니다."

말을 하던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다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어려웠던 과거가 떠오르는 듯했다.

이씨는 19년 전 IMF로 사업에 실패하고 배낭 하나 덜렁 메고 LA로 건너왔다. 무일푼이었다. 하지만 그가 찾은 미국 땅은 너무도 혹독한 곳이었다.

식당 공사를 한 달 넘게 해주고 그가 손에 쥔 돈은 200달러. "처음에는 담뱃값이나 하라고 주는 돈인 줄 알았습니다."

영주권을 해주겠다는 주인의 말에 아내도 데려왔다.

"식당에서 둘이 자고 먹고 하며 하루종일 일을 했죠. 그랬더니 두 명이 일했다고 주는 돈이 한 달 500달러였습니다. 그때 쪽방에서 등돌려 울던 아내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이후에도 그는 이쪽저쪽을 떠돌며 일했지만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한인들의 무시와 멸시였다고 전했다.

"50세가 다되어 가는 나이였는데 공사판에서 일하는 저를 '야 임마'라고 부르더군요. 어휴~그 무시…. "

그래서 그는 어려운 사람들을 더 도우며 살고 싶다고 했다. "노숙자들은 어떻겠습니까. 얼마나 많은 홀대를 받겠어요. 그들도 오죽했으면 그렇게 살겠습니까. 그리 살고 싶어 사는 게 아닌데."

그는 돕고 싶은 이웃이 있으면 앞으로도 꼭 연락을 해달라고 했다.

"사람들에게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라고 말하며 살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나 자신이 떳떳해야 말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앞으로도 힘 닿는 데까지 도우며 살려고합니다. 그래야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는 삶을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본지는 기부금 중 일부는 한인노숙자 쉼터를 운영하는 김요한 신부에게 전달하고, 일부는 노숙자들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직접 노숙자들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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