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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추억의 사진 속 '아버지와 아들'

[LA중앙일보] 발행 2016/12/29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6/12/28 19:52

장열/사회부 차장·종교담당

제 개인 서랍에는 한 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아빠와 아들'의 모습입니다. 가끔 그 사진을 꺼내보곤 합니다.

사진을 보는 건 어느새 버릇이 됐습니다. 늘 보던 대로 시선은 으레 아빠에게 안겨있는 '아기'에게 먼저 향하곤 합니다. 아마도 유아 시절 제 모습을 바라보며 느껴보는 일종의 향수 또는 추억 때문일 겁니다.

성인이 되어 사진 속 어린 '나'를 본다는 건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나는 아기였을 때 이런 모습이었구나…."

살아있다는 것은 존재 그 자체입니다. 태어남은 실존의 형성이고, 우리네 삶은 그것을 이해해 나가는 여정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사진을 보는 습관이 달라졌습니다. 똑같은 사진을 꺼내서 보는데 제 모습보다는 아기를 안고 있는 '아버지'에게 먼저 눈길이 가곤 합니다.

"우리 아빠 참 젊었네… 아빠는 이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한참 사진을 바라보면서 유추의 시간을 흘려 보내다 보면 10년 전 하늘로 가신 '아빠'의 존재가 잔잔하게 와닿아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을 조금씩 넓혀가는 듯합니다.

제게 부친은 가부장적인 '아버지'보다는 어떤 '친구'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렇게 가깝고 편했음에도 그때는 '아빠'라는 존재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아버지보다는 '나'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았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빠와 아들'이라도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단순히 유전자의 공유 때문이 아닌, 존재 자체에 대한 본질적 이해 말입니다.

낡은 사진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뒷면에 잉크가 바랜 채 적혀있는 날짜를 봤습니다. 제가 백일쯤 됐을 때입니다.

올해 제게는 떡두꺼비 같은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주변에선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데 요즘 저희 부부는 생명의 신비와 기쁨을 온몸의 감각으로 체감하는 그 모든 순간이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그래서인지 시간은 참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듯합니다. 얼마 전 제 아들의 백일 잔치가 있었습니다.

가족과 친지들이 모이기 전, 문득 아빠가 생각나서 조용히 사진을 꺼내보았습니다. 제 품 안에 천진하게 안겨있는 아들과 사진 속 '나'를 번갈아가며 바라보니 뭔가 신기하기도 하고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아빠도 나를 안고 있을 때 이렇게 행복했겠지…."

순간 행복에 겨워 아내에게 사진 한 장을 찍어달라 부탁하고 아들과의 그 순간을 추억으로 남겨보았습니다.

아빠의 품에 안겨 있던 아들이 세월이 흘러 '아버지'가 됐고, 그 아빠는 이제 새로운 생명을 품에 안았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존재'로서의 가치를 깨달아 가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인생은 '나'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요소들이 너무나 많겠지요. 그래서 어떤 부분은 흐르는 시간만이 그것을 깨닫게 해준다는 게 인생의 오묘함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삶에서 가장 완벽한 이해의 순간은 '자신이 이해하고 싶은 것이 될 때'인 듯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삶의 전반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살아갑니다. 먼 훗날 어떤 추억이라는 매개는 웃으면서 지난 시간을 반추할 수 있게 우리를 도와줄 겁니다

올 한해 독자 여러분은 어떤 추억을 남겨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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