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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김 종 훈 / 야간제작팀장

한 해를 보내며 독자 여러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2017년은 제가 뉴욕중앙일보 기자가 된 지 20년째를 맞는 해입니다. 그동안 잘한 일보다 잘못한 일이 더 많이 떠오릅니다. 잘한 일은 당연하지만 잘못한 일은 저의 생활을 책임져 주고 계신 독자 여러분께 죄송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잘못했던 일들을 되짚어보고 새해에는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1997년 뉴욕중앙일보 기자가 된 뒤 제가 쓴 첫 기사는 뉴욕드라이클리너스협회와 네이버후드클리너스협회가 헌 옷을 모아 노숙자들에게 전달했다는 훈훈한 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첫 기사를 작성하며 전달된 1500여 벌의 옷을 150여 벌로 잘못 쓰는 기가 막힌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물론 편집국장으로부터 큰 야단을 맞았지만 애써서 헌 옷을 모으고 전달한 한인 세탁업주 여러분께 더 죄송한 일이었지요.

그 뒤에도 실수는 많았습니다. 잘못된 제보를 받아서 확인을 제대로 못하고 기사를 썼다가 나중에야 사실이 아닌 것을 알고 정정 기사를 쓴 적도 있었습니다.



가장 뼈아팠던 오보는 뉴욕에서 한인 불법체류자가 운전면허 갱신 신청을 하다가 붙잡혔다는 기사를 쓴 것이었습니다. 2000년 대 초반, 반이민 여론이 기승을 부리던 때였는데 그 기사 때문에 안 그래도 불안했던 한인 불체자들이 더 걱정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사실을 확인해 보니 뉴욕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붙잡히지도 않았고, 다만 신분이 발각돼 법률협회에 조언을 구하고 있었습니다. 불체자들의 권익을 위한 기사를 쓰겠다고 노력해 왔던 저였기 때문에 오보가 더 창피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불확실한 제보에 의존하는 기사는 절대 쓰지 않겠다는 각오를 했습니다.

이 밖에도 판단 능력이 모자라 부족한 분석을 제시하고, 사람에 대한 미흡한 평가를 하고, 때로는 꼭 써야 할 사안에 눈을 살짝 감기도 했습니다. 또 선정적인 기사를 쓰며 불필요한 사적 내용을 밝혀 당사자들을 불편하게도 했습니다. 또 감정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지나친 폭언을 지면에 싣기도 했고, 기사 내용에 항의하는 독자나 단체 관계자들과 말다툼을 하며 무례하게 언성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10여 년 전부터는 데스크를 맡으며 기자들의 기사를 손보고 제목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실수는 이어졌습니다. 특히 올해는 기사 큰 제목에서 '힐러리'가 '힐러러'로, '올림픽'이 '올릭픽'으로 나가는 등 한때 실수를 연발했습니다.

이 모든 잘못들을 독자 여러분들이 흘려 넘겨 주셨기에 제가 내년에도 뉴욕중앙일보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저의 기자생활을 계속 이끌어온 힘은 한인사회에 대한 애정이었습니다. 10여 년 전 지금은 회사를 떠난 고위 간부가 저와 면담을 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스타 기자는 필요하지 않다. 회사에 충성하는 기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젊고 당돌했던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한인사회에 충성합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가소롭게 들렸을지 모를 제 말이었지만 지금도 혹시나 그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았나 되돌아보곤 합니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임금을 줍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잊는 순간 비리와 부패의 싹이 틉니다. 그래서 현재의 대통령 탄핵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미국에서 올해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는 대통령 선거 결과가 나온 것도 주류 정치인들이 임금을 주는 국민들을 무시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큰 난국을 불러올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어느 곳, 어느 직종에서 일하든 누가 자신의 생활을 책임져 주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아야 바르게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뉴욕중앙일보 사장님도 광고주도 아닌 독자 여러분들로부터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도 '밥값'을 하도록 애쓰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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