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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새해엔 '큰 꿈'을 꿀 수 있을까

2011년 9월은 2008년의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불경기 한파가 여전한 시기였다. 파산 기업이 속출하고 늘어나는 실직자에 소매경기와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었다. 그달 17일 뉴욕 증권거래소 인근의 주코티파크에는 수십명의 젊은이가 모였다. 그들은 심각한 소득 불균형 문제와 월스트리트 대형 투자은행들의 탐욕, 그리고 정치권의 부패를 비판했다. 유명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의 시작이었다.

시위는 순식간에 더 커지고 확산됐다. 미 전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이와 유사한 '점령하라' 시위가 벌어졌다. 그만큼 공감대가 컸던 것이다. 이때 등장한 구호가 유명한 '우리는 99%(We are the 99%)'이다. 소수의 부유층이 부를 독점하는 현실을 비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그후 이 구호는 부의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는 관용어가 되다시피했다.

그리고 5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 빈부격차 문제는 어떻게 됐을까? 그런데 답은 이 기간 부자와 서민의 차이가 더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불경기 극복을 위해 내놓은 처방들이 부자는 더 부자로,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미국의 소득 상위 1%는 어떤 사람들일까?

부의 불평등 문제를 부각시켜 주목받은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파리대 교수와 이매뉴얼 사에즈 UC버클리 교수 등이 내놓은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소득 상위 1%의 연평균 소득은 130만 달러다. 반면 하위 50%의 연평균 소득은 1만6000달러에 불과하다. 30년 전인 1980년대와 비교해 상위 1%의 소득은 3배(80년대 당시 42만8000달러)가 증가한 반면, 하위 50%의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소득 격차는 부, 즉 개인자산의 차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사에즈 교수에 따르면 상위 1%가 전체 부의 42%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중에서도 이른바 초부유층(super rich)으로 불리는 상위 0.1%가 소유하고 있는 부가 전체의 22%나 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제 아메리칸 드림은 없다'는 극단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미국사회의 주요 가치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던 자수성가형 성공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대통령 선거의 결과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이민문제, 인종차별 및 여성비하 발언 논란 등 온갖 악재에도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경제 이슈에만 집중한 유권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소득만 높여 준다면 이 정도는 괜찮다'는 표심이 작용한 것이다. 민주당 정부 8년 동안 버락 오바마 대통령 개인의 인기는 높았지만 경제정책에는 실망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이달 20일이면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다. 이날 그의 취임식 연설 주제는 '큰 꿈을 꾸자(dreaming big)'와 '미래를 바라보자(looking forward)'가 될 것이라고 한다. 대선 과정에서 주장했던 '위대한 미국을 다시 만들겠다'는 것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서민들도 미래를 바라보며 큰 꿈을 꾸게 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공약 중에는 일자리 확대도 있지만 부자감세처럼 빈부격차 해소와는 거리가 있는 내용들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빈부격차가 지금보다 더 벌어진다면 미국에서도 부자는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증오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만약 그런 상황이 된다면 "우리는 99%"가 아니라 "우리는 99.9%"라는 더 격렬한 구호가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김동필 디지털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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