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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홈리스를 위한 돼지 저금통

[LA중앙일보] 발행 2017/01/05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7/01/04 23:49

오수연/사회부 차장

어릴 적 돼지 저금통에 대한 추억이 있다. 우선 선명하게 떠오르는 건 동네 마켓의 한쪽 천장 구석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빨간 돼지 저금통이다. 부모님이 저금통을 사다 주시기도 했지만 때론 부푼 꿈을 안고 저금통을 직접 구입하기도 했었다. 작고 빨간 돼지저금통부터 아주 커다란 돼지 저금통 그리고 거북이 모양의 저금통도 기억난다.

초등학교 때 엄마는 용돈으로 하루 500원 정도를 주셨던 거 같다. 그 중에서 200원 정도는 꼬박꼬박 저금통에 넣어 배를 불렸다. 그리곤 종종 저금통의 조금만 구멍으로 배 속을 훔쳐보며(?) 뿌듯해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생생한 기억인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도대체 그 돈으로 무엇을 했느냐다.

이상하게도 돼지 저금통의 배를 가르고 동전을 하나하나 헤아렸던 것까지는 생각이 나는데 그 이후에는 그 돈을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이 없다. 어릴 적 그 돈이면 꽤나 큰 돈이었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기억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리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려봤다. 아마도 동전 하나하나를 모을 때의 기쁨이나 행복보다 사용할 때의 행복이 작아서가 아니었을까. 기억에 담고 있을 만큼 그렇게 소중한 가치의 기억은 아니지 않았나 싶다.

돼지 저금통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 게 해준 것은 지난 연말이다. 지난해 12월 30일 본지로 통통한 돼지 저금통 하나가 보내져 왔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돼지 저금통이었다. 반가웠다. LA한인타운에서 사는 초등학생 라이언과 이튼 오 형제의 저금통이다.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른이라면 무게만 나간다며 넣지 않았을 법한 페니와 니클이 잔뜩 들어가 있다. 1달러짜리 지폐도 30여 장 가까이 들어있다. 그리고 5달러 지폐 한 장.

아마도 집에 주인을 잃고 굴러다니던 동전들을 아이들은 기쁘게 주어서 저금통에 집어넣었을 것이다. 과자를 사먹으라고 준 1달러짜리 지폐를 가지고 고민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5달러짜리 지폐 한 장 을 넣을 때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아이들이 저금통에 땡그랑 땡그랑 돈을 넣을 때의 마음을 상상해 본다.

하지만 아마도 먼훗날 성인이 된 아이들의 기억은 기자와는 다를 것이다. 저금통 속의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뚜렷하게 남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행복한 마음으로 가치있게 쓰였으니 말이다.

두 아이가 저금통을 이웃들을 위해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했다. 두 아이의 할머니는 "2~3년 전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처음으로 저금통을 내놓았고 아이들이 나온 신문 기사를 스크랩해서 보여줬더니 아이들이 이웃을 돕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또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돈은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그런 작은 동기를 그리고 행복을 심어주는 것은 어찌 보면 어른들의 몫이다.

아쉽지만 기자가 갖지 못한 저금통에 대한 또 다른 행복한 기억을 누군가는 가졌으면 한다.

그래서 올해는 아이들을 위해 작은 돼지 저금통 하나를 구입해 선물하는 것을 어떨까하는 제안이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간직할 수 있는 소중한 기억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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