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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창] 닭띠 선비들이 걸었던 군자의 길

# 조선은 선비의 나라였다. 선비의 길은 크게 두 갈래였다. 첫째는 수기치인(修己治人), 즉 열심히 학문을 닦고 자기 수양을 마친 뒤 세상을 경륜하는 일이었다. 대부분의 조선 선비들은 과거를 보고 벼슬살이를 하면서 이 길을 걸었다. 하지만 일생을 초야에 묻혀 학문과 교육에만 매진했던 선비들도 적지 않았다. 16세기 영남 유학의 거두였던 남명 조식(南冥 曺植, 1501~1572)이 그런 사람이었다.

남명의 학문과 지조는 조정에서도 인정하는 바였다. 그렇지만 그는 유학적 이론에만 매몰되지 않고 실천을 중시했다. 그래서인지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약하며 구국의 선봉에 섰던 사람 중엔 곽재우, 정인홍, 김면 등 남명의 제자들이 유독 많았다.

남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이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1501년생, 신유년(辛酉年) 닭띠 동갑이었다. 낙동강을 경계로, 지금의 안동을 중심으로 한 경상좌도에는 퇴계가, 진주 합천을 중심으로 한 경상우도에는 남명이 영남유학의 양대 봉우리를 이루며 선의의 경쟁을 했다. 둘의 관계에 대해 서울대 정옥자 명예교수는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선비'(2002, 현암사)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점진적인 개혁의 씨앗을 뿌리며 신정치 세력인 사림의 입지를 다져 놓은 퇴계 이황과, 강렬한 비판 의식으로 급진적인 사회개혁을 주장한 재야사림의 영수 남명 조식. 그들의 성향은 달랐지만 지향점은 같았다. 자신의 안위나 영달보다 사회개혁 의지를 불태우면서 제자를 양성하고 자신의 학문을 정점으로 끌어올렸던 것이다."



# 남명과 퇴계 두 사람을 단순 비교하면 퇴계의 명성이 훨씬 높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퇴계의 학맥은 후대에까지 이어졌고 그가 세운 도산서원은 영남사림의 거점으로 오랫동안 조선 지배세력의 뿌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공통점이 있었다. 남명이 평생 초야에 묻혀 처사(處士)로 살았던 것 못지않게 퇴계 역시 혼탁한 벼슬자리보다는 교육과 학문 정진에 더 큰 가치를 두었다는 점이 그것이다.

실제로 퇴계는 34세에 대과에 급제하고 정일품에 해당하는 우찬성까지 올랐지만 50세 이후에는 낙향하여 연구와 저술에 몰두했다. 물론 낙향 중에도 조정에서는 끊임없이 퇴계에게 벼슬을 내려 출사를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사양하거나 사퇴를 되풀이했다. 실제로 퇴계가 올린 사퇴 상소는 21년에 걸쳐 무려 53회나 되었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벼슬자리에 초연했는지 짐작이 간다.

# 2017년 한국은 신년 벽두부터 대선 바람이 거세다. 덩달아 큰뜻을 펼쳐보겠다는 인사들도 우후죽순 얼굴을 내밀고 있다. 때맞춰 엊그제 나온 중앙일보 여론조사가 눈길을 끈다. 다음 대통령의 자질로 가장 중요한 것은 능력이 아니라 도덕성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두 배나 많았다. 뒤늦은 학습효과라고나 할까. 과거 능력과 이미지만 보고 대통령을 뽑았다가 연거푸 낭패를 보고 난 지금에야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는 것 같아 고무적이다.

사실 능력이란 상황과 처지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도덕성은 평생 쌓아온 인품이고 인격이다. 자리가 바뀐다고 하루아침에 딴사람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지도자의 최우선 덕목으로 진작 도덕성부터 살폈어야 했다.

대통령만 그럴까. 무슨 자리든 리더를 세우려면 먼저 인품부터 살펴야 뒤탈이 없다. 동양의 모든 사대부들이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에 앞서 수신제가(修身齊家)부터 먼저 힘을 쏟아야 한다고 믿었던 것도 그래서였다. 2017년 닭띠 새해가 시작됐다. 리더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퇴계와 남명, 두 닭띠 선비들이 걸었던 군자의 처신을 한번 쯤 헤아려 보았으면 싶다.


이종호 OC본부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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