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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령 칼럼] 맥주도 한류가 됐으면 좋겠다

지난주 신문을 보니 전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이었던 다니엘 튜더가 한국맥주가 북한맥주보다 맛이 없다며 글로벌시대에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 게 마음에 걸린다. 머잖아 오바마가 백악관을 떠날 때가 되었지만 그가 백악관에서 처음으로 맥주를 만든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 했다. 맥주 이름은 ‘화이트하우스 허니 에일’. 이 맥주에 쓰인 꿀도 미셀여사가 일군 백악관 텃밭 벌집에서 채취한 것이라 했다.

맥주라는 게 거창한 시설 없이도 만들 수 있는 건지 몰랐다. 백악관에 맥주공장을 차리지는 않았을 테니까.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도 마운트 버넌에서 맥주를 손수 만들어 마셨다니 만드는 게 그리 어렵진 않은가 보다. 오바마는 이 맥주를 공식적으로 선보이기 전 제니퍼 로페즈 부부, 일부 각료, 의원 친구들을 불러 먼저 맛을 보게 했다니 터무니없는 맛은 아니었을 것 같다. 그이는 태양인 체질이라 술을 즐겨하지 않는다. 그런데 두어 달 전 무슨 생각에서인지 코로나맥주를 한 상자 사왔다. 갑자기 이 맥주를 즐겨 마시는 LA친구와 멕시코 여행 때 바닷가에서 마시던 생각이 났었나 보다. 뜯어만 놓고 왜 안 마시느냐고 했더니 오랜만에 한 병 따 보았더니 쓰고 맛이 없어 못 마시겠단다. 그렇게 맛없는 걸 그 친구는 어떻게 팩으로 마시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온 책에서 코로나 맥주 사진을 보고 깜짝 반가웠다. 코로나는 1925년 그루포 모델로(grupo modelo)라는 회사에서 처음 라거(lager) 맥주 브랜드로 만들기 시작해서 지금은 세계 150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라는 것이다. 데킬라와 더불어 멕시코의 대표적인 술이란다. 그런데 이 맥주의 특징은 병속에 라임을 넣어 마시는 거란다. 라임의 양은 각자 입맛에 맞추는가 보다. 그래서 병도 일부러 투명유리로 했단다.

라임이 흔치 않은 한국에서는 레몬을 넣어 마신다고 하니 멋지다. 시장 간 김에 라임 두 개를 사왔다. 부엌에서 소리 없이 혼자 맥주병을 열고 라임을 썰어 넣어 마셔보았다. 와! 맥주의 쓴맛도 떫은맛도 사라지고 없다. 부드럽고 가볍고 마시는데 힘이 들지 않는다.



소음인 내 체질에는 맞지 않는 맥주, 어쩌다 한잔만 마셔도 잠에 떨어지고 다음날 아침엔 몸이 무겁고 머리가 아파 맥주가 내겐 안 맞는다는 걸 스스로 확인했는데, 라임이 든 맥주는 한 병 다 마시고도 아무렇지 않다. 신 것이라면 십리는 도망가는 그에게 슬그머니 권해 보았다. 아무 말 없이 마시는 게 괜찮은 것 같다. 시고 쓰다고 투덜대지 않는 걸 보니 코로나 한 상자 비울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가 북한에서 ‘대동강 맥주’를 수입해 미국에서 시판할 것이라 했는데 어찌되었는지 모르겠다. 레이블을 보니 한눈에 촌티가 풀풀 났었는데, 상표도 영어로 교체할 것도 고려한다고 까지 했는데. 역사상 술은 위대한 소설가, 화가에게 창작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 몇 년 전 “문학에 술이 없다”는 말로 드라이한 예술적 배경과 현실을 개탄한 시인 고은의 얘기, 의미 있는 말이다. 촌티 풀풀 나던 평양맥주가 예술가는 만들지 못할망정 이북 5도민 동포들의 향수쯤은 달래주지 않을까.

언젠가 보았던, 한국맥주가 북한맥주만 못하다는 외국기자의 기사, 그게 마음에 걸려오다 끝내 이 글을 쓰게 됐다. 지금쯤은 우리 맥주가 훨씬 나으리라 믿긴 하지만. 그래도 IT제품들처럼 맥주도 ‘메이드 인 코리아가 최고’라는 말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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