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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마음속에 그어진 한줄

[LA중앙일보] 발행 2007/10/10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07/10/09 18:41

김완신 편집부국장

지난주에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은 반세기 넘게 대립해 왔던 남한과 북한의 정상이 만나 한반도 통일의 큰 그림을 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다.

남북정상회담은 시작전부터 많은 화제를 남겼다.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북한의 정상이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비무장지대의 군사분계선을 넘는 노무현 대통령 부부의 모습이었다. 언론에서도 군사분계선을 건너는 장면을 주요 사진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는 한인들도 관념적으로만 느꼈던 분단의 고통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역사적 현실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군사분계선은 1953년 7월27일 휴전 조약이 체결된 이후 발효돼 남과 북을 가르면서 한민족 고통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노란색의 군사분계선은 단지 도로에 그려진 한줄의 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선이 갖는 의미는 크다. 오랜 세월 동안 그 선을 넘어 남북을 왕래한 경우가 없었고 누구도 넘을 수 없는 금단의 선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경계를 걸어서 넘어가는 모습을 담은 사진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웅변적으로 남북한의 현상황과 정상회담의 의의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세상에는 편을 가르는 많은 선들이 존재한다. 눈에 보이는 것일 수도 있고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정치적으로 이념을 달리하는 집단 사이에는 선이 존재하고 선과 악을 구분짓는 경계선도 있다. 그러나 이런 선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선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선은 구분의 의미를 지닌다. 또한 구분지어지는 대상은 상호 이질적일 수 밖에 없다. 동질의 집단을 표시하는 것은 선이 아니라 둥근 원이다.

선은 또 규칙이면서 구속이다. 도로의 중앙분리선은 묵시적으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이고 넘어 설 경우 처벌이 따른다. 운동 경기에서 선은 중요하다. 선의 안쪽이냐 바깥이냐에 따라 경기의 승패가 좌우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이 강한 인상을 준 것은 추상적일 수 밖에 없는 상이한 이념의 경계를 바로 그 선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군사분계선에는 한민족의 고통이 서려있고 넘을 수 없다는 강제성이 담겨져 있다.

한 민족을 반세기 넘게 갈라 놓은 선의 북쪽에는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 있고 남쪽에는 민주주의 정권이 있다. 군사분계선은 분단 국가의 이념갈등 현장을 확인시켜 주는 실체이다.

한반도의 허리에 그어진 선은 한두시간의 작업으로 지울 수 있다. 그렇지만 오랜 세월 동안 그로 인해 경계 지어진 사고방식과 이념적 차이를 한 순간에 없애지는 못한다.

언젠가 군사분계선은 사라질 것이다. 일순간에 없어질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의 왕래가 있은 후에 서서히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

그러나 장벽을 부수고 선을 지운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이념과 가치관으로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다. 반세기를 이어온 편견과 갈등 반목과 질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선을 넘는 일회성 행사로 해소되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화합이 선행돼야 한다.

남북한 주민의 마음속에는 냉전시대의 유산인 분단의 선이 남아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뚜렷히 그어져 있는 마음속의 한줄을 지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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