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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소수계 전체로 번지는 인종차별

진성철 / 경제부 차장

#뉴욕의 한 기업에서 근무하는 김 모씨.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후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직장에서 같이 일하던 백인 중년 여성과 작은 언쟁을 벌였다. 그는 김씨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여기는 미국, 우리가 사는 곳이다"라는 등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퍼부었다. 김씨는 계속 더 하면 인종차별로 인사관리부서에 항의하고 소송까지 하겠다며 강하게 대응했다. 그러자 그는 "해라. 트럼프도 대놓고 인종차별을 하는데 나는 왜 못하겠느냐? 칭키(Chinky)"라며 비웃음과 비하하는 말이 돌아왔다. 칭키는 아시안을 비하하는 말이다.

#한인 이 모씨는 지난해 총포상에서 권총을 한 자루 구입했다. 그가 집에 아이들이 있어서 총의 구입을 자제했던 그였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 인종차별 경험과 자기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일들을 겪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씨는 한인들 수가 매우 적은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과 만나서 하는 이야기들 중에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졌다며 과거엔 주로 간혹 벌어지는 불이익이 이야기이었지만 최근에 겉으로 드러나는 차별적 행위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한탄했다. 그의 친구들은 9·11테러 후 이슬람 종교인에 국한됐던 차별이 트럼프 취임 후에는 백인 아닌 모든 인종으로 확대될 게 뻔하다며 타주로의 여행이나 백인들과의 시비를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흘 남짓 남았다. 그의 대선승리를 업고 그동안 잠잠했던 백인들의 인종차별이 전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백인우월주의까지 공개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을 비꼬는 말로 레드넥(Redneck)이라 불렀다. 레드넥은 남부 백인 농부들을 비하하는 속어. 그는 그들의 맘을 성공적으로 훔쳐 대통령이 됐다고 일부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지만 기존 집권세력에 염증을 느낀 젊은 백인과 백인 여성층의 가세가 대선 결과를 뒤집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조용했던 백인들이 단결한 결과라는 것이다. 평등이라는 기존 사회 틀까지도 뒤흔들 만큼 백인들이 사회개혁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그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그들도 처음엔 이민자였고 소수였다는 걸 말이다. 이 땅의 원주민을 인디언이라 자기들 마음대로 부르고 심지어 정착을 도왔던 그들을 몰아내고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이민자들에 의해 세워진 나라다. 백인들이 먼저 왔다고는 하나 다양한 이민자들이 오랜 세월동안 여러 분야에서 자신들의 몫을 충분히 해내면서 이 나라를 세계 최강의 나라로 만들었다.

트럼프 자신도 독일계 이민자의 후손이다. 이민자 배척이라는 카드로 대권을 거머쥐었다 하더라도 실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모두를 아우르는 인종화합정책이 필요하다. 그를 뽑아준 국민의 염원이 분열된 미국은 아닐 것이기에 이 나라를 다시 하나로 단합시킬 수 있는 정책으로 부강한 미국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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