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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트럼프의 140자 정치

[LA중앙일보] 발행 2017/01/10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7/01/09 18:39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11월 당선 이후 '트위터 정치'를 펼치고 있다. 후보 시절에도 트위터를 자주 이용했으니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기성 언론에 극도의 불신을 드러냈던 트럼프다. 트위터를 자신만의 언론으로 여길 수도 있다.

또 트위터를 이용하는 정치인, 나아가 대통령(당선인)이 트럼프 혼자인 것도 아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트위터를 열심히 활용했다. 문제는 트위터에 올린 트럼프의 글은 이전의 대통령이나 정치인의 글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트위터는 "막 '어벤저스'를 봤다. 대단해요, 스탠"같은 부드러운 소통 도구였다. 반면, 트럼프는 "우리는 중국에게 '그들이 훔친 드론을 돌려받지 않겠다'고 해야 한다. 중국이 그냥 가지도록 하라"는 말을 트위터에 거침없이 던진다.

'트위터 정치'를 보면 트럼프는 벌써 트위터에 집무실을 차린 것 같다. 기업과 국제정치, 국내 현안을 가리지 않는다. 그 위세에 미국을 넘어 전세계가 무서움증을 느끼고 있다.

트위터 정치는 그렇지 않아도 트럼프의 단점으로 꼽히는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140자를 넘지 못하는 트위터는 쉬운 단어로 구성된 단문인 경우가 많다. 이런 단문은 그 속성상 메시지를 강렬하고 명료하게 전달하는 힘이 있다. 대신 불필요하게 직선적이고 따라서 공격적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정치, 특히 외교적 문제를 다루는 문장으로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 "뉴욕은 춥고 눈이 내린다. 우린 지구온난화가 필요하다." 트럼프의 트위터 문장이다. 간명하고 단호하지만 과연 단문 2개에 지구온난화 문제를 담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게다가 시니컬하다.

포드와 GM의 멕시코 공장을 문제삼은 지난 3일 트위터도 대표적인 사례다. "GM은 멕시코에서 만든 셰비 크루즈 모델을 관세없이 국경을 넘어 미국 자동차 딜러에 보낸다. 미국에서 만들거나 국경세를 많이 내라!" 당사자가 충분히 위협적으로 느낄 수 있는 톤이다. 포드와 GM이 공장을 미국에 그대로 두거나 새로 짓는 결정을 내리면서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문제가 이렇게 단순할까.

지난 2일에는 도요타도 공격 대상이 됐다. "도요타가 멕시코 바하에 새 공장을 짓고 미국에 팔 코롤라를 생산한다고 한다. 안 되지!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국경세를 많이 내라." 다음날 도요타 주가는 장 초반 3.1%까지 떨어졌다. 혼다와 닛산, 마쓰다의 주가도 2~4%대가 하락했다. 이런 식의 충격과 공포 효과에 익숙해지는 것은 더욱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짧은 글을 언제든 올릴 수 있는 트위터의 속성은 사안을 입체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단선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고 싶은 유혹을 일으킨다. 메릴 스트립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언론을 지지해야 한다"고 비판하자 트럼프는 곧바로 트위터에 스트립을 "과대평가된 여배우 중 한 명" "힐러리 아첨꾼"이라고 깎아내렸다. 모든 비판에 일일이 대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비판받는 것이 당연한 대통령의 언어도 아니다.

가장 큰 우려는 아마도 글의 분량이 생각의 분량이라는 점일 것이다. 1만자짜리 글을 쓰는 사람은 1만자의 생각을 한다. 1000자의 글을 쓰는 사람은 1000자만큼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트위터 의존도가 높아지만 복잡한 외교나 군사, 경제, 국내정치를 좁은 생각에 가둘 위험이 있다. 이건 글을 쓰는 사람뿐 아니라 읽는 사람도 그렇다.

또 리더가 사안에 대해 지나치게 단언을 하면 본인은 물론 실무자도 움직일 공간이 없다. 물러서거나 나아갈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트위터에 할 말이 있고 대변인이 할 말이 있고 대통령이 직접 할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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