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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의사가 오진하는 이유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하버드 의대교수인 제롬 그루프맨 박사는 동료 의사가 한 어린이의 뇌암을 오진한 경우를 목격했다. 8세 소녀의 부모는 모두 스트레스가 큰 직장에서 바쁘게 근무했는데 두통을 호소하는 딸을 저명한 신경과와 소아과 의사들에게 데려갔다.

전문의들의 소견은 한결같이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이거나 축농증 또는 부비강염이란 진단을 내렸다. 그러나 4~5 개월 후 그 소녀는 뇌암으로 밝혀졌다.

주치의는 첫 방문 때 찍은 두뇌 스캔을 재조사한 결과 뇌암을 나타내는 그림자가 있었지만 이를 간과해 오진한 것이었다.

그 후 그루프맨 박사는 3년에 걸쳐 왜 의사들이 오진을 하는가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 오진의 20%만이 테크닉 상의 결함 때문이었고 나머지 80%는 의사의 진단 과정에서 오류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들을 종합하여 그는 의사들이 오진을 피하기 위한 몇 가지 방도를 제시했다.



우선 의사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라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의사들은 아주 똑똑한 젊은이들 중에서 정선하여 배출한다. 그들은 어떤 증상이 있으면 교과서에 따라 어떤 단계를 취해 가면서 감별진단을 하는 방정식에 익숙해 있다. 두뇌 회전이 빨라서 단시간 안에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다 보면 함정에 빠질 수 있는데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홈리스 남자를 보면 자동적으로 음주상태만 생각하지 그 원인이 당뇨병 악화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

신경질적인 젊은 여자환자에게 3000 캘로리의 음식을 섭취하라고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체중이 감소할 때 '신경성 거식증(Bulimia)'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들은 음식 섭취 후 구토나 설사를 유도하여 체중을 줄인다. 나중에 그 여성은 밀에 대한 앨러지로 생긴 '지방변증(Celiac Disease)'으로 판명되었다. 만일 환자가 중년여인이었거나 남자 환자였다면 의사는 처음부터 '신경성 거식증'이란 고정관념에 의한 오진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 같은 질병의 환자를 반복해 다루어 강한 인상이 남아 있을 때 오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월에 독감환자를 15명이나 치료한 의사는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사실은 뇌막염이나 파상풍 예방주사의 반응이라는 사실을 잊을 수 있다. 따라서 같은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줄을 이어도 항상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의사는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모르면서도 우선 행동부터 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래서 의대생들에게 이런 경우 무엇인가 하려 들지 말고 잠시 중단하라고 가르친다. 다시 곰곰이 생각할 기회를 갖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문서적을 참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사도 사람이어서 환자에 따라 호감이나 불쾌감을 가질 수 있다. 환자에게 호감을 갖은 의사는 생명을 위협하는 암 같은 질환을 오진할 수 있다. 잠재적으로나마 환자가 이런 끔직한 병으로 고생할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반면 의사가 환자에게 불쾌감을 느낄 때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흔하다. 만일 의사가 당신을 싫어하는 눈치가 있으면 의사를 바꾸는 것이 좋다. 의사가 자기에게 불쾌해 하는 지는 환자 자신이 누구보다 더 잘 안다.

그루프맨 박사는 연구 결과를 모아 올해 초 'How Doctors Think'란 이름으로 책을 발간했다. 이 책은 주로 의사들에 대한 조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일반인들도 알아서 손해되는 일은 전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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