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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천사' 설립 김훈이 셰프

고아원 아이들에 요리 실습
모금으로 비영리재단 운영

"꿈도 희망도 없는 아이들 중 단 한 명의 인생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18세가 되면 보육원을 나와야만 하는 한국 고아들이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취업 이력서에도 가족 관계를 적어내야 하는 문화 속에서 겪는 보이지 않는 차별과 높은 장벽, 자신감 결여, 높은 자살률과 인신매매 피해율. 이 아이들에게 '음식=행복'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맛'을 보여주고 '꿈'을 심어주는 것.

한식 최초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로 잘 알려진 김훈이(사진)씨가 비영리재단 '요리천사(Yori Chunsa)'를 설립했다. 의대를 그만두고 셰프의 길로 뛰어들어 맨해튼에서 단지와 한잔 식당을 통해 한식 요리로 뉴욕을 사로잡은 그가 이번엔 나눔을 전하겠다고 나섰다.

-갑자기 비영리재단을 설립했다.



"오래 전부터 꿈이 아이들을 많이 입양하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주변에 한국 입양아 친구들이 많았는데 '양부모가 아시안이거나 한인이었으면 비슷한 외모여서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결혼 전부터 아내와도 입양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눠왔지만 6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포기하자니 죄책감이 들었다. 다른 방법으로 도울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나온 것이 보육원이었다. 그 때부터 리서치를 엄청 했는데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보육원을 나가야 하는 18살이 될 무렵 청소년들에게 희망이 없다는 것이었다. 보육원을 나간 형.누나들이 정보 보조금은 받지만 턱없이 부족해 집세도 못 내고, 취직도 안되고 보육원에 있을 때보다 더 못사는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절망이라는 거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 제일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요리 천사는 어떤 시스템인가.

"멘토-멘티 시스템으로 장기적으로 가는 거다. 한국의 유명 레스토랑 7곳(볼피노, 매니멀스모크하우스, 오스테리아 마티네, 코리아노스키친, YG푸드, 구선아베이커리, GBB키친) 오너 셰프, 사장들이 뜻을 함께 해줬다. 우선 우리가 정한 소규모의 첫 보육원에 7개 식당들이 돌아가며 매주 한 번씩 방문해 셰프들의 요리를 아이들에게 맛 보여 준다. 식당들에게는 7주에 한 번씩 차례가 돌아오는 셈이다. 그 과정을 통해 셰프가 되려는 열정이 있는 학생들은 방학 때 이들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배운다. 물론 모든 요리사들이 그렇듯이 허드렛일부터 시작한다."

-학생들이 주방을 견뎌낼까.

"셰프는 몸이 힘든 일이다. 진짜 되고 싶은 열정 없인 안 된다. 장점은 주방이라는 공간은 셰프와 스텝들이 실제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곳으로 굉장히 결속력(bond)이 강하다. 직장 동료라기 보다 '식구' 개념이다. 이것도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했다. 18세 이후 보육원 밖으로 희망 없이 나가는 게 두려운 아이들에게는 가족이 생기는 셈이다. 태어나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아버지 같은 모습(father figure)을 톱 셰프에게서, 누나.형.언니 같은 모습을 식구들을 통해 얻게 하자는 거다. 내가 운영하는 식당들에서 체험 학습 기회도 제공할 생각이다. 많이 바라지 않는다. 이 중 한 아이의 인생에라도 우리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셰프 열풍'이 한 몫을 했을까.

"요즘은 셰프가 유망 직종이다. 15년 전만해도 안 그랬다(웃음). 내가 의대를 그만두고 음식을 맛보고 만들며 행복을 찾은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 한국에서는 셰프도 돈 있는 집 아이들이 꾸는 꿈이라는 거다. 나도 요리학교를 가긴 했지만 사실 다니엘 불뤼나 스타 셰프들의 90% 이상이 비싼 요리학교를 나오지 않고 성공한 사람들이다. 학교를 가야 하지만 그래야 좋은 셰프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우선은 '맛'을 아는 게 중요하다. 요리학교 학비도 비싸지만 음식도 다양하게 많이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 경험이 중요한 이유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여러 맛을 느껴볼 기회가 부족한 아이들에게 먼저 '맛'을 보여주자는 생각이다. 자연스럽게 셰프의 꿈을 꿀 수 있도록, 또 부자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기죽지 않도록 유명 셰프들의 요리를 맛보게 해주자는 것. 그게 시작이었다."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돈이 많이 드는 일은 아니다. 순수하게 아이들을 돕고 싶은 이들이 모여서 하는 일이다. 셀프 모금 웹사이트인 고펀드미를 통해 모금(www.gofundme.com/hope-and-aid-for-korean-orphans)을 진행하고 있고 1만 달러 목표액 중 6350달러가 모금됐다. 보육원에서 사용할 오븐은 매니멀스모크하우스에서, 또 배달 서비스도 후원해주는 업체를 찾았다. 내가 개인적으로 들인 비용은 비영리재단 등록비와 보육원 방문을 위해 한국을 오갈 때 들어가는 비용 정도다. 요리천사 일로 한국 방문 시 들어가는 항공.숙박료는 100% 자비 부담이다."


황주영 기자 hwang.jooyou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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