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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엘라의 골짜기에서'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몇 주일전 개봉된 영화 '엘라의 골짜기에서(In the Valley of Elah)'는 전쟁의 상처를 다룬 범죄수사 심리영화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주인공 행크 디어필드는 월남전 참전후 은퇴해 테네시주 소도시에 살고 있는 퇴역 육군상사. 큰 아들은 6년 전에 전사했으며 작은 아들 마이크는 이라크 전쟁에 참전 후 얼마 전에 복귀했다.

행크는 마이크가 본 기지에 귀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종됐다는 연락을 받은 후 아들의 군부대 주둔지인 뉴멕시코로 떠난다. 여행 도중 한 지역에서 성조기가 거꾸로 달린 것을 보고는 애국자답게 손수 기를 내려서 올바로 게양해 놓는다.

그는 아들과 함께 귀환한 소대원들을 만난다. 그러나 아무도 행크의 질문에 솔직한 대답을 하지 않는다. 잠시 후 행크는 군기지 근처 사막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불에 탄 아들의 시체를 발견한다.



군 당국은 시체 발견장소가 부대에서 떨어진 곳임을 내세워 수사를 벌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지역의 한 여형사는 군부대 내에서 마이크가 살해된 후 시체가 부대 밖으로 방기됐다는 심증을 굳히면서 수사에 적극 참여한다.

행크는 아들이 사망하기 전의 행적을 알기 위해 군부대 주변을 조사한다. 귀환장병들은 떼로 몰려 부대 밖 술집에서 누드 쇼를 즐기며 폭음을 한다. 또 식당에서 마약을 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한다. 그들은 걸어다니는 폭탄인 셈이다.

행크는 몰래 아들의 유품에서 비디오 카메라를 훔친다. 근처 해커의 손을 빌어 재생한 비디오를 통해 끔찍한 전장 현실을 목도한다.

길에 의심스러운 트럭이 있으면 폭탄 테러를 피하기 위해 아이들을 피하지 않고 돌진하는 만행을 자행한다. 부상당한 적에게 고통을 가하기 위해 깊게 파인 상처에 맨손을 집어넣어 고문한다.

'아부 그레이'의 참상이 따로 없다. 아들은 전투 중에도 이런 장면을 비디오에 담았다. 그는 동료 군인들에게 배반자로 몰려 살해당한 것이다. 아들을 죽인 병사는 "내가 그를 죽이지 않았다면 내가 그에게 살해되었을 것이 분명하다"고 진술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행크는 아들의 죽음의 대가로 받은 성조기를 거꾸로 깃대에 올려놓는다. 반전 영화이자 반 이라크전 영화인 셈이다.

지난 6년 간 계속되고 아직도 그 끝을 모르는 이라크 전쟁에서 이미 3000명 이상의 미군이 사망했다.

50년 전 한국전에서는 사망자 1명당 불구가 된 부상자가 3명이었다. 그러나 군대 의학의 발달로 인해 전장에서 부상자의 생명을 살리는 확률이 높아졌다. 전사자 1명당 부상자가 10명 꼴이다. 그래서 그 결과로 대부분 두뇌 손상 안면 파괴 척추 마비 사지 절단 같이 일생을 국가가 치료해 주어야 할 환자가 급증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많은 병사들이 겉은 멀쩡한 것 같아도 속으로는 전쟁 후유증으로 골병이 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고통 당하고 있다.

전선이 형성된 전장과 달리 항상 적에게 둘러 쌓여 있으며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 처한 병사들의 공포감은 극대화되며 그 후유증은 상당히 오래 가기 쉽다.

이 영화는 사지가 성한 채 돌아왔어도 전장에서 겪은 심리적 상처로 인해 정신적으로 황폐 상태가 된 PTSD 환자들의 모습과 심리를 잘 그리고 있다. 참고로 '엘라의 계곡'은 구약성서에서 소년 다윗이 골리앗을 죽인 장소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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