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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김형재/사회부 차장

1902년 12월 22일 인천 제물포항. 어린이를 포함한 한인 121명은 "나무에서 돈다발이 나오는 세상"이라는 소문에 기대 미국 이민 길에 올랐다. 이들은 중간 기항지인 일본에서 미국 입국에 필요한 신체검사를 받아야 했다. 신체 건강한 한인 이민선조 약 102명은 이틀 뒤 미국행 상선 갤릭호(S.S Gaelic)에 몸을 실었다. 보름 넘게 배를 타며 망망대해를 건넌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1903년 1월13일 이른 아침. 아메리카 지역 첫 집단이주민이 된 이민선조들은 하와이 호놀룰루항구에 발을 디뎠다. 그들을 기다린 것은 드넓은 사탕수수밭, 저임금 노동계약이 끝날 때까지 뼈 빠지게 일했단다. 그 와중에 호놀룰루항에 새 이민선이 도착하면 마중을 나갔고, 학교를 세워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각박한 생존환경 속에 뿌리를 잊지 않은 선조들 모습이 놀랍다.

한인 이민 선조는 노동계약이 끝난 1905년부터 본토인 LA, 샌프란시스코, 중가주 다뉴바, 콜로라도 덴버, 뉴욕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일본이 조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1905년까지 이민선조 약 7200여 명이 하와이 이주를 통해 미 전역에 뿌리를 내렸다.

연방센서스국의 인구현황 추계조사(American Community Survey)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인 인구는 혼혈 포함 총 182만2213명으로 추산됐다. 알래스카 북극 마을 배로우(Barrow)시 상권을 한인이 주도할 만큼, 이제는 미국 어느 소도시를 가도 한인을 만날 수 있다.



지난 2005년 12월 연방 상하원은 한인 이민 선조가 미국에 첫발을 내딘 1월 13일을 국가기념일인 '미주한인의날(Korean American Day)'로 지정했다. 소수계 중 유일하다. 한인사회의 생일인 셈이다. 주류사회가 근면성실과 개척정신의 모범으로 한인사회를 평가하고 있다.

한인의날을 맞을 때마다 '이민'이라는 삶을 곱씹게 된다. 코리안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수백만 명의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사람, 거리에서 쓸쓸하게 세상을 떠난 사람이 공존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는가'라는 존재론적 질문도 해본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은 마르지 않는다"는 말은 한인사회가 새겨 볼수록 좋은 말이다.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가 후손에게는 소중한 역사 그 자체로 살아 숨쉰다. 이민사회에서 가정과 커뮤니티가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공유하지 않으면, 후세대는 붕 뜬 삶을 살게 될 확률이 높다.

삶의 흔적은 우리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길을 알려줄 때가 많다. 알렉스 헤일리가 쓴 '뿌리'는 흑인사회의 바이블과 같다. 흑인노예 킨타 쿤테의 미국 정착기부터 5세대까지 이어지는 절망과 환희의 이야기는 벅찬 감동을 준다. 우리에게도 뿌리가 있다. 1월 13일은 미주한인의날이다. 온가족이 한인사회 생일을 축하하며 일기장과 사진첩이라도 열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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