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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목사 고향에 생기가 깃들다

‘빈익빈’ 시달린 스위트 어번에 찾아든 개발 붐
도심 순환 철로 가설되고 주립대 캠퍼스 확장돼
백인에 떠밀린 흑인들, 활발한 정체성 유지 노력

“옛 노예의 후손들과 옛 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애의 식탁에 함께 둘러앉는 날”을 꿈꾸며 행진했던 마틴 루터 킹.

그렇지만 킹 목사의 생가와 무덤, 조부 이래 3대째 이끌었던 교회까지, 애틀랜타를 대표하는 위인의 생애가 집약된 그의 고향 ‘스위트 어번’은 자유로이 주거지를 선택하게 된 흑인 상류층에게 버림을 받고, 지난 반세기 동안 성한 나무 한그루 찾아볼수 없는 슬럼으로 전락했다.

그동안 킹 목사의 긍지와 저항정신을 느끼기 위해 이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은 그가 목숨을 걸고 얻어낸 자유가 ‘빈익빈’이라는 씁쓸한 그림자를 드리운 모습만 확인하곤 했다.

그런데 요즘 이곳에 다시 생기가 깃들고 있다. 조지아주립대(GSU)의 공격적인 캠퍼스 확장과 벨트라인을 따라 일고있는 개발 붐 때문이다.



최근 메트로 애틀랜타의 ‘도심 회귀’ 현상과 젠트리피케이션의 중심지는 바로 ‘스위트 어번’을 포괄하고 있는 ‘올드포스워드’ 지역이다. 애틀랜타 중심부에서 동쪽으로, 어번 애비뉴와 노스 애비뉴를 남북으로는 두른 동네다.

특히 폰스시티마켓과 크로그스트리트마켓 같이 낙후되어 방치돼있던 건물이나 공업시설들이 중후한 멋을 살린 연이어 상가와 주상복합으로 재개발에 성공하고 있다. 이같은 프로젝트는 문을 열때마다 히트를 치며 젊은 고소득자들을 이곳으로 모으고 있다.

이런 변화는 특히 벨트라인을 따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벨트라인은 수십년간 방치되어 온 22마일 길이의 애틀랜타 도심 순환 철로를 다목적 산책로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무려 28억달러가 투입된다.

킹 목사가 버스의 흑백 좌석이 구별된 것에 저항하여 흑인 민권운동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무색하도록 어번 애비뉴에는 한때 치안상 이유로 버스마저 운행을 중단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광이 반짝이는 애틀랜타 전차가 GSU 학생들과 관광객들을 분주히 실어 나른다.

GSU는 매년 수가 늘어나는 학생들을 위해 꾸준히 캠퍼스를 확장해왔다. 어번 애비뉴에도 최근 대형 기숙사 건물이 문을 열었고, 대학 경찰도 학생들의 동선을 따라 순찰 구역을 늘리고 있다.

센서스 통계에 따르면, 황폐한 슬럼의 중심가였던 불러바드 도로 주변 지역에는 이같은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0년부터 2010년 사이 백인 거주자 비율이 2%에서 20%로 뛰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백인 고소득자들에 쫓기듯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흑인 주민들이 이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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