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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따뜻한 보수'는 없다

김 종 훈 / 야간제작팀장

'따뜻한 보수' '진짜 보수' '올바른 보수'들이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공을 세웠던 정치인들이 '친박' 세력과 인연을 끊고 새 출발을 하겠다고 나섰다. 정권의 부패가 극에 달한 것을 국민들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따뜻한 보수'라는 말이 마음에 걸린다. 2000년대 초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선거 구호로 들고 나온 '인정 많은 보수(Compassionate Conservative)'란 말이 떠올려진다.

'인정 많은 보수'란 말은 이미 1970년대부터 쓰이던 말이지만 부시 전 대통령이 자신의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면서 유명해졌다. 부시 전 대통령은 당시 '인정 많은 보수'란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정책을 펼치지만 도움을 필요로 하는 국민들을 적극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정 많은 보수'는 '인정 없는 보수'가 자신들을 위장하기 위해 쓰는 슬로건일 뿐이라는 사실은 곧 밝혀졌다. 마치 현재 미국에서 가장 보수 편향적인 언론으로 비난 받는 한 주류 방송국이 자신들의 슬로건을 '공정과 균형이 잡힌(Fair & Balanced)'이라고 쓰는 것과 같다. '부패한 보수'의 추악한 모습이 드러나 대중의 질타를 받을 때 새로운 포장 도구로 쓰일 뿐이다.



부시 전 대통령의 이민정책 하나만 봐도 그 사실이 드러난다. 부시 대통령은 선거운동을 펼치며 이민자들에게 온정적인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불법체류자 신분의 합법화를 추진하겠다고 공약까지 했다. 하지만 지키지 않았다.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의 반대에 부닥쳤다고 핑계를 댔다. 하지만 이후 같은 처지였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으로 불체 학생들에게 합법 체류를 허용하며 최소한의 약속을 지켰다. 이와는 딴판으로 공약을 무책임하게 내던졌던 부시 대통령이 바로 '인정 많은 보수주의자'였다.

어디 그뿐인가. 대기업과 월가 규제 해제.세금 감면 등 최상위 부유층 1%를 위한 경제정책으로 일관하던 그는 부패한 금융계와 함께 2007년 경제 위기를 낳았다. 무너진 금융계를 살리기 위해 국민들은 막대한 액수의 세금을 빌려줘야 했다. 이에 앞서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거짓말로 일으킨 이라크 전쟁으로 석유업체와 군수산업체의 배만 불리고 정부는 빚더미에 앉았다. 그 빚도 국민들이 세금으로 갚고 있다. 또 전쟁 후 이라크의 권력 공백으로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의 창궐을 낳았다.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 때문에 국민들이 낸 세금을 또 쏟아붓고 있다.

애초에 '인정 많은 보수'란 없었다. '따뜻한 보수'도 마찬가지다. '따뜻한 보수'라고 말하는 비박계 의원들도 과거 서민증세와 노동법 개악을 지지하는 등 새누리당에 남아있는 정치인들과 다름이 없었다.

보수 정치인들이 '보수'란 이름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촛불 집회 참가자들을 '친북 좌파'로 생각하는 세력의 '아스팔트' 지지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선거를 위해 따뜻하고, 올바르다는 말로 지지 계층을 늘리려는 것이다. 이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이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무원칙과 기만'이 주요 정책 기조였음이 드러났기에 이들의 주장을 절대 믿을 수 없다.

한국에서 곧 대통령 후보들이 쏟아진다. 반년 전에만 해도 친박 인사들과 우애와 결속을 다지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촛불'을 칭송하고 박 대통령을 비난하며 배를 갈아타고 대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자신이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말했다. 재벌과의 정경유착이 핵심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영향으로 국민들이 보수 정권에 치를 떨게 되자 '따뜻한 보수' '진짜 보수' '올바른 보수' 그리고 '진보적 보수'까지 등장했다. 대통령을 제대로 뽑으려면 정치인들이 국민을 속이는데 쓰는 '보수와 진보'의 틀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 '따뜻한 보수'는 아직 어디에 있는지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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