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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오디세이] 엘리트투어US 빌리 장 대표…여행처럼 시작한 아메리칸 드림 도전기

한국 특급호텔 근무하다
크루즈 선원으로 미국행
99년 골프전문으로 출발
골프·호텔 패키지로 인기

남극·파타고니아 투어 등
블루오션 공략 성공 발판
PGA 실기테스트 통과
사진도 수준급 실력 눈길


그는 진짜 사나이다.

70년대 한국의 근대화·산업화 시대를 거쳐 온 대개의 남성들이 그러했듯 그 역시 뜻을 정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앞만 보고 내달려 목적지에 이르러야 직성이 풀리고 그 사이사이 맞닥뜨리는 고난을 원망하기보단 이를 길동무 삼아 악으로 깡으로 주어진 길을 내달려온 의지의 한국인이다. 엘리트투어US 빌리 장(58) 대표다. 크루즈 말단 선원으로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결코 녹록지 않았던 그의 아메리칸 드림 도전기는 그 어떤 여행기보다 흥미진진했으며 유쾌했다.

#크루즈 선원이 되다



전남 구례에서 나고 자란 그는 1979년 한국관광공사가 호텔전문 인력을 양성을 위해 설립한 경주호텔학교 2기생으로 입학했다. 졸업 후엔 하이엇호텔과 신라호텔 식음료팀에서 5년여간 근무하다 1986년 미국행을 선택, 노르웨이지안 크루즈라인에 입사했다.

"특급 호텔에서 근무하긴 했지만 당시 진급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고 보다 더 넓은 세상에 나가 살아보고 싶었는데 마침 크루즈에서 일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기에 주저 없이 미국행을 선택했죠."

청운의 꿈을 안고 승선한 호화 크루즈에서의 생활은 결코 녹록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이 악물고 성실히 노력한 결과 객실 청소로 시작해 승선 반 년 만에 크루즈 선원들이 가장 선망한다는 레스토랑에 '입성'할 수 있었다. 신입이 레스토랑에 배치되기까지 보통 3~4년이 걸리는 걸 감안한다면 초고속 승진인 셈이다.

"레스토랑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보통 제 앞으로 승객이 30여명쯤 배당됐는데 첫날 고객들 이름은 물론 선호하는 음료수까지 다 외워서 권하니 승객들 모두가 저를 좋아했죠. 덕분에 당시 월급이 500달러 정도였는데 식당에선 일주일 팁 수입만으로 450달러를 벌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크루즈에서 일하며 돈은 제법 모을 수 있었지만 승선 10개월 후 첫 휴가를 떠날 때쯤 그간의 고된 노동으로 체중이 20파운드 이상이나 빠질 만큼 건강이 나빠졌다. 그래서 휴가가 끝난 뒤 크루즈로 돌아가는 걸 포기하고 1987년 LA로 왔다.

#관광업계 블루오션을 개척하다

LA 온 지 3일 만에 무작정 문 두드려 찾은 일자리는 시온회관 매니저. 그 뒤 안전지대, 서라벌, 카페 모네 등 당시 LA한인타운에서 잘나가는 식당들을 거쳐 1992년 옥스포드팔래스 호텔 창립 멤버로 입사해 3년간 식음료팀 매니저로 근무했다. 그 뒤 팜스프링스 소재 한인운영 호텔에 스카우트 돼 마케팅 팀장으로 근무했는데 당시 한인들에겐 생소한 호텔과 골프장 예약을 묶은 패키지를 99달러에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저도 그때 골프를 처음 시작했는데 너무 재밌어서 참 열심히 쳤죠. 덕분에 입문 10개월 만에 싱글을 기록할 정도였으니까요.(웃음) 그러다가 저처럼 골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여행상품이 뭐 없을까 고민하다 골프 패키지를 선보인 거죠."

그가 개발한 골프 패키지는 대히트를 쳤지만 호텔은 얼마 안가 경영난에 허덕이다 문을 닫았다. 다시 LA로 돌아온 그는 그간의 경험을 살려 1999년 '엘리트골프USA'를 오픈했다. 엘리트골프USA는 팜스프링스 외에도 페블비치를 비롯한 미국 유명 골프코스와 멕시코, 캐나다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골프 패키지를 선보여 한인 골프 마니아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렇게 골프 패키지 전문여행사로서의 입지를 다져가다 200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관광업에도 뛰어 들었다. 당시 그가 주력한 분야는 크루즈 관광. 그동안 북유럽, 지중해를 비롯해 남극, 북극 등 다양한 크루즈 상품을 소개해 한인사회 크루즈 업계의 조용한 강자로 자리를 잡았다. 이외에도 노르웨이 1주일 투어, 골프 크루즈, 파타고니아 투어 등 색다른 관광 상품을 선보여 여행 마니아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더 깊고 넓은 인생을 위해

어느새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지 20년 세월이다. 그리고 그 세월만큼 엘리트골프USA도 나이테를 더해 여행 좋아하는 한인들 사이에선 입소문난 차별화된 여행사로 성장했다. 덕분에 5년 전 업체명을 '엘리트투어US'로 변경하고 지금의 옥스포드팔래스 호텔 내로 사무실도 이전했다. 그 시간 동안 사업체만 탄탄해진 것은 아니다. 그의 인생도 더 넓고 깊어졌다. 10년 전엔 골프 학교에 등록, 전문적으로 골프를 배워 PGA 실기테스트까지 합격했다. 또 사진에도 본격 입문해 주변에서 전시회를 권유할 만큼 그 실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명색이 골프전문 여행사 사장인데 골프에 대해서는 나름 전문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작심하고 배워 PGA 실기테스트까지 통과했습니다. 사진은 여행 중 고객들 사진 찍어줄 일이 많은데 이왕이면 좋은 사진을 제공하고 싶어 팔 걷어붙이고 배우다 보니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거죠."

사진에 대한 그의 애정은 요즘도 여전해 시간이 날 때면 지인들과 출사(出寫)를 나서 카메라 앵글 속에 그만의 세상을 담아 온다. 기억에 남는 출사 여행을 물으니 3년 전 갔던 유타 주 '더 웨이브'를 꼽았다. 그런데 그 이유가 그곳의 아름다운 풍광 때문이 아닌 촬영 중 바위에서 넘어지면서 쇄골이 부러지는 큰 사고를 겪었기 때문이라고. 그런가보다 하는 순간 순식간에 그의 눈시울이 점차 붉어진다.

"어깨로 떨어졌기에 망정이지 머리부터 떨어졌으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그렇게 생사를 오가는 경험을 하고 나니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더군요. 당시 쇄골이 부러져 꼼짝 못하고 누워 있자니 별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웃음) 그때 불현듯 너무 앞만 보고 달리기보다는 무리하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당일 아침 아내가 출사를 말리던 일이 떠오르면서 주변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야겠다는 결심도 함께 했죠.(웃음)"

어쩐지 조금은 뜬금없어 보이던 그 눈물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원래 깨달음이란 그렇게 부지불식간 도둑처럼 왔다가는 법이니까. 문득 철 지난 유행가 한 소절이 떠올랐다. '내일은 더 낫겠지 그런 작은 희망 하나로/사랑할 수 있다면 힘든 1년도 버틸 거야/일어나 앞으로 나가 네가 가는 곳이 길이다/브라보 마이 라이프 나의 인생아/지금껏 살아온 너의 용기를 위해/너의 어깨에 잠자고 있는 아름다운 날개를 펼쳐라'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 중에서)


이주현 객원기자 joohyunyi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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