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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김완신 편집 부국장

한국과 미국에서 대선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상대방 후보를 비방하는 네거티브 캠페인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최근 한 간담회에서 "눈이 작은 아이를 데리고 와서 내 아이라고 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선거판에 만연한 네거티브 캠페인을 의식한 발언이다.

현재 지지율 50%대를 보이고 있는 이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데 정책대결만으로는 어렵다는 분석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의 네거티브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국정감사를 통해 신당의 정동영 후보에 대한 검증의 칼날을 빼어 들었다. 상대적으로 늦게 범여권 후보로 뽑혀 개인적인 검증을 아직 거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민주당 후보 경선의 경우 힐러리 클린턴은 경쟁자인 버락 오바마 후보에 대해 정치 경력이 일천하고 외교 역량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오바마 후보는 클린턴이 선동적인 스타일의 정치를 하고 있고 이제까지 정치적인 성과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상대 후보의 잘못이나 결점을 부각시키는 선거운동 방식이다. 이와 반대되는 선거방식은 후보 자신의 장점을 강조하고 정책대결을 통해 지지율을 높이는 포지티브 캠페인이다.

아쉽게도 미국과 한국의 역대 선거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은 자주 들어 봤지만 포지티브 캠페인은 거의 들어 본 적이 없다. 실제로 미국 대선에서 각 당의 후보들은 포지티브 캠페인보다는 네거티브 캠페인에 선거자금을 더 많이 쏟아붓고 있다.

미국에서는 선거의 판도를 바꾸어 놓은 역사적인 네거티브 캠페인이 많이 있었다. 그중의 하나가 1988년 대선에서 격돌했던 조지 H. W. 부시와 마이클 듀카키스의 경우다.

매사추세츠 주지사였던 듀카키스는 죄수 주말휴가 제도를 지지했다. 그런데 이 제도를 이용해 외출 나온 '윌리 호튼'이라는 살인.강간범이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

부시 진영에서는 TV광고를 통해 듀카키스가 흉악범에게 휴가를 주었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는 것을 암시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듀카키스가 죄수 휴가제를 지지해 추가 범죄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듀카키스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고 결국 아버지 부시가 백악관의 주인이 됐다.

이것이 네거티브 캠페인의 고전처럼 알려진 '윌리 호튼' 효과다. 한편의 네거티브 TV광고가 대선의 향방을 결정했고 결국 미국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포지티브 캠페인보다 파괴력이 크다. 스스로의 장점을 부각시켜 지명도를 높이는 것보다 상대방의 단점을 끌어내 지지율을 낮추는 것이 더 신속하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내용은 귀에 쉽게 들어오기 마련이다.

자신의 정책과 장점을 강조하면 미덕을 지닌 후보라는 평가를 받을 뿐이지만 경쟁자를 깎아 내리면 상대적으로 자신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것이 정치판의 냉혹한 현실이다.

한국과 미국의 대선정국을 보면 '내가 살고 남이 사는' 상생의 정치는 보이지 않는다. '상대방을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정글의 법칙만이 존재한다.

비겁하고 졸렬한 방법으로 일시적인 승리를 얻을 수는 있지만 영원한 승자는 될 수 없다. 한 나라의 대통령은 한순간 국민들의 기억에 남았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 준엄하게 공과를 심판하는 자리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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