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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트럼프의 변화를 바라지 말고…

지난 13일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오랜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관련된 수치를 내놓았다. 지지율 44%. 취임을 앞둔 대통령 당선인 지지율로는 역대 최저다. 버락 오바마 83%. 조지 W. 부시 61%, 빌 클린턴 68%와 비교하면 선명하다.

한데 분명 최신 여론조사 결과인데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드는 건 왜일까? 대통령 당선 이후의 상황 때문같다.

트럼프의 움직임을 보자. 오바마케어 폐기와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자동차회사의 해외공장 건설 등에 대해 기존의 발언을 확고히 하는 트위터 발언을 이어갔다.

반면 트럼프 반대자들 사이에서는 임기 중 탄핵될 것이라는 험담이 나왔다. 잘 해야 단임으로 끝날 것이라는 말은 점잖은 편에 속한다. 아직 임기도 시작 안한 당선인에 대한 기대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다 러시아가 트럼프의 섹스 비디오를 갖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가 튀어나왔다. 트럼프는 이 기사를 거짓말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보도한 CNN 기자에게 "당신 회사는 완전히 가짜"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이다. 돌이켜보면 이런 모습은 트럼프의 대선 출마부터 당선까지 반복됐다. 반대자들은 그가 출마하자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일 때는 거품이 곧 꺼질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공화당 후보로 결정되자 공화당을 손가락질 하며 민주당 후보와 만나면 맥없이 무너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트럼프의 성희롱 의혹이 잇따랐고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가리키는 여론조사는 이를 뒷받침했다.

트럼프를 무시하고 혐오하는 주류, 그럼에도 승리하는 트럼프의 패턴은 딱 한 번 멈추었다. 트럼프가 대선에 승리했을 때다. 주류는 트럼프 승리 요인을 분석하기 바빴다. 주류는 지금까지 침묵했던 백인들이 있다고 인정하고 이들을 '샤이 트럼프'라 불렀다. 대답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만 반영된 여론조사 무용론도 팽배했다. 처음으로 트럼프를 인정하고 스스로를 반성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트럼프가 취임 뒤 정책을 놓고 트위터 정치를 시작하자 양측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잠시 타협하는 듯했던 언론과 트럼프는 충돌하고 트럼프 조롱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성희롱 의혹이 섹스비디오 의혹으로, 지지율 거품론이 탄핵 가능성론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바뀔 것이라던 트럼프는 아직 바뀌지 않은 것같다. 마찬가지로 트럼프 반대자들도 대선 패배 이후 바뀌지 않은 것같다. 어쩌면 앞으로도 트럼프는 그의 방식으로 대통령을 하고 반대자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대통령을 비난하거나 조롱할지도 모를 일이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는 대통령이고 그의 권한을 행사할 것이고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점이다. 취임 전 지지율 정도를 신경 쓸 것같지 않다.

반대 진영은 아직 트럼프가 변할 수도 있다는 약간의 기대나 희망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도 그랬다. 대선 후보가 되면…, 본선에 돌입하면…, 대통령에 당선되면…이라는 전제조건이 늘 있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랄까.

이제 트럼프의 변화나 변신을 놓고 일말의 기대나마 접는 것이 좋을 듯하다. 대신 반대 진영도 스스로 변하지 않았음을 인정해야 할 때가 됐다. 상대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내가 변하는 것이 더 빠르고 더 확실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임을 인정하고 상하원까지 공화당에 넘어간 구도를 2년 뒤 어떻게 하면 깰까를 고민하는 것이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 취임식도 하지 않은 트럼프는 공화당과 함께 오바마케어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오바마케어 해체작업' '(오바마케어를 겨냥한) 총을 장전했다'는 등의 거친 말이 공화당에서 흘러나온다. 트럼프표 정책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 반대나 탄핵 기대는 한계가 있다.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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