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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정치에 대한 종교인의 태도

양은철 교무 / 원불교 LA교당

연일 많은 수의 시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는 등 한국의 정치상황이 심상치가 않다. 기도와 수행을 주로 하는 종교인으로서 이러한 현실 상황에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할까.

모든 것이 은혜이기 때문에 모든 것에 감사하고 보은해야 한다는 것은 원불교의 핵심 가르침이다. 은혜를 크게 4가지로 이야기하는데, 천지의 은혜, 부모의 은혜, 동포의 은혜, 마지막이 바로 법률의 은혜이다.

일반적으로 법률이란 '사회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강제적인 규범'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법률이라는 용어는 도덕과 대비되는 실정법(경험적, 역사적 사실에 의해서 성립되고, 현실적인 제도로 시행되고 있는 법. '자연법'의 반대)의 개념으로 주로 사용된다. 반면, 법률의 은혜에서 법률은, 위와 같은 실정법뿐만 아니라 성자들의 가르침인 종교와 도덕 등을 포함한 '인도정의의 공정한 법칙'을 의미하고, 이러한 법률이 우리에게 베푸는 은혜에 보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나 불교 등 기존 종교에서는 세간 법인 실정법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지만, 원불교에서는 세간 법 역시 우리가 존중하고 지켜야할 중요한 가치로 간주한다. 이는 재가와 출가를 아우르는, 생활과 불법을 둘로 보지 않는 원불교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대학시절, 복학 수속을 하면서 학기당 7000원 정도 하는 의료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 후에 입원을 했을 때 받을 수 있었던 보험금 수십만 원을 받지 못한 일이 있었다. 복학 수속 당시 고지 의무를 소홀히 했던 담당 교직원에게 항의도 해 보았지만, 내가 자문을 구했던 법률 전문가는 고지 의무를 소홀히 한 직원보다는 그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나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 교통 규칙을 어겨 사망사고를 냈다고 치자. 그때도 몰랐다는 것이 변명이 될 수 있을까.

대종사께서는, "국민으로서는 국법을 알아 행해야 할 것이며, 사람으로서는 도덕을 배워 행해야 할 것이니 국민으로서 국법을 모르고 보면 국가 법률에 어두운지라 일일에 죄를 범하기 쉬울 것이요, 사람으로서 도덕을 배우지 아니하고 보면 인도 정의를 모르는지라 인도에 탈선되는 행동을 하기 쉬울 것이다" 하셨다.

법률의 은혜에 보은하기 위해서는 개인, 가정, 사회, 국가, 세계 다스리는 법률과 성자들의 가르침을 부지런히 배우고 익혀야 한다.

법률의 은혜를 강조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인도정의의 공정한 법칙'일 경우에 한하는 것이지,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국가 권력에 대하여 저항할 수 있는 저항권마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불의를 징계하고 정의를 세우는 것'이 법률 보은의 핵심이 된다.

최근 들어 우리 교단도 '불의를 징계하고 정의를 세우기' 위해 대 사회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종사께서는, "정치의 근본은 도덕이요 도덕의 근본은 마음이니, 이 마음을 알고 이 마음을 길러 우리의 본성대로 수행하는 것이 우리의 본분이며 소임이니라." 하셨다. 교법의 사회적 구현이라는 종교의 본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종교인들의 사회 참여는 당위(當爲)이다. 하지만, 참여의 방법이나 범위는 현실 정치가나 시민사회운동가들과는 달라야 할 것이다.

drongian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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