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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 안고 청문회 온 세션스(법무장관 후보자)…호통도 면박도 없었다

한국과 다른 미국 정치 풍경

미국, 3개월간 도덕성 등 미리 체크
청문회선 정책·업무능력에 초점
의회 동의 받아야만 임명 가능해
후보도 의원들 질문 성실 답변
인신공격성 질문 쏟아지는 한국
"철저한 사전 검증 절차 확립돼야"


지난 10일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캐피털 홀. 트럼프 행정부를 검증하는 첫 인준 청문회에 참석한 좌중의 시선은 일제히 백발 노인의 무릎 위에 앉아 인형을 흔들며 노는 3살짜리 여자 아이에게 쏠렸다. 노인은 제프 세션스(71) 법무장관 후보로, 이날 청문회에는 부인과 딸 내외, 4명의 손녀가 함께 참석했다. 척 그래슬리 상원 법사위원장은 "시작하기 전에 가족을 소개해 달라"고 했고 세션스는 뒤로 몸을 돌려 가족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렀다. 가족들은 미소와 목례로 답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 역시 11일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가족을 소개했다.

"이들은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사랑과 지원에 감사를 표합니다. 내가 해외 출장을 다닐 때 30년 이상 가정을 꾸려온 아내 렌다입니다.…" 그는 아내에 이어 누나와 여동생, 이들의 남편까지 직업과 함께 한 사람씩 소개하며 "나는 오늘 가족과 함께해서 감사하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입각한 장관들의 청문회는 가족들이 함께하는 행사였다. 가족이 장관들의 청문회에 참석했다는 얘기는 미국 언론에 거의 나오지도 않았다. 너무나 당연해서일까. 고성질타와 인신공격성 질문이 많아 '가족 볼까 무서워 장관 못하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한국의 청문회와 대조된다.

이런 평가는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철저히 분리하는 청문회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 미국의 경우 개인의 도덕성이나 신상에 대한 사항은 평균 3~4개월 동안 비공개 검증 방식을 통해 낱낱이 체크된다. 전문 인사담당기구인 백악관 인사국과 연방수사국(FBI), 국세청, 공직자윤리위가 사전 검증을 주도한다. 이후에 진행되는 본 청문회의 초점은 자연히 업무능력과 정책에 맞춰진다.

트럼프 내각 인사들도 청문회를 자신의 소신과 정책 방향을 알리는 데 십분 활용했다. 인종차별주의자 논란이 거셌던 세션스는 "나는 백인 우월주의 이데올로기를 혐오한다"고 했고 '미친개'라는 별명으로 강경 이미지가 강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후보는 "동맹과 함께하는 국가는 번영하고, 동맹과 함께하지 않는 국가는 정체한다"며 트럼프의 극단적 공약과 다른 발언을 내놨다.

의원들도 엄격한 사전 검증을 통과한 후보들에 대해 최대한 예의와 존중을 지킨다. 윌리엄 코언 전 국방장관은 12일 매티스 후보의 인준청문회에서 "그는 '매드도그'가 아니라 '브레이브 하트(brave heart.맹장.猛將)'다"라며 20분 넘게 매티스를 높이 평가하는 연설을 했다. 이렇게 진행되는 미국의 상원 인준청문회에는 3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대통령의 사전검증부터 인준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6개월의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이마저도 상원에서 인준 동의안을 거부하면 대통령이 자의로 임명할 수 없어 한국과 대조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걸러지지 않고 올라오기 때문에 청문회장이 엉망이 되는 것"이라며 "철저한 사전검증 절차가 확립돼야 성숙한 분위기의 정책 청문회가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인준청문회를 지켜본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청문회를 가족들이 지켜보고 수준 높은 응답이 오가는 것을 보면서 미국 민주주의의 힘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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