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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창] 취임식과 즉위식

[LA중앙일보] 발행 2017/01/20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7/01/19 21:28

#. 미국 45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오늘(20일) 열린다. 대통령 취임식은 새로운 행정부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분열된 국민의 마음들을 다시 모으는 자리다.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국익을 위해 최선의 정책과 최대의 노력을 펼쳐 보이겠다는 다짐의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세계 최강국으로서의 위엄과 자부심이 한껏 드러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렇다면 과거 조선 왕의 즉위식은 어땠을까? 드라마나 영화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면 무척 화려하고 장엄했을 것 같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대부분의 즉위식은 기쁨과 축하보다는 차분하고 숙연한 분위기에서 소략하게 치러졌기 때문이다. 역대 조선 왕들이 어떻게 왕위에 올랐는지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 조선 왕은 모두 27명이었다. 이들이 왕위에 오르는 경위는 크게 4가지였다. 첫째는 선왕이 살아있을 때 보위를 물려받는 경우다. 이를 선위(禪位)라 한다. 정종, 태종, 세종, 세조, 예종, 그리고 마지막 임금 순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정종은 왕자의 난 이후 정치에 뜻을 잃은 아버지 태조 이성계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았지만 동생 이방원(태종)의 위세에 눌려 2년 만에 자리를 내놓았다. 세조는 조카 단종으로부터 강압적으로 왕위를 찬탈했다. 고종은 헤이그 밀사사건 이후 일본의 압력으로 순종에게 선위했다. 모두 새 임금의 즉위식을 요란 벅적하게 치를 분위기들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단지 세종의 경우만 아버지 태종의 배려와 관심 속에 비교적 성대한 즉위식을 올렸다.

두 번째는 선왕이 죽은 후 임금 자리를 계승한 경우다. 이를 사위(嗣位)라 했는데 대부분의 조선 왕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때의 즉위식은 보통 선왕 사후 4~6일 뒤에 거행됐다. 하지만 국상 중인 만큼 즉위식은 화려할 수가 없었다. 참석자들은 복장부터 최복(衰服)이라는 상복을 입었다. 왕 역시 상복을 입었지만 즉위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만 예복인 면복(冕服)으로 갈아입었다. 조선이 유교 국가였던 만큼 새 왕은 보위에 오른다는 기쁨보다 부친을 잃었다는 애통함을 드러내는 것이 더 중요했다. 실제로 문종은 즉위식에서 부친 세종을 기리며 옷소매가 다 젖을 정도로 슬피 울었다고 한다. 할아버지 영조 사후 닷새 만에 왕위에 오른 정조도 대보(大寶=옥새)를 받을 때부터 어좌에 앉기까지 눈물바다가 되도록 대성통곡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세 번째는 임금을 무력으로 쫓아내는 반정(反正)이다. 연산군의 뒤를 이은 중종, 광해군을 축출하고 옹립된 인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때도 급박한 상황 속에서 즉위식은 간단하고 신속하게 치러졌다.

네 번째는 등극(登極)이다. 이는 1897년 대한제국이 수립되면서 고종이 왕에서 황제위에 오른 것을 말한다. 당시 고종은 지금의 소공동 조선호텔 자리에 있던 환구단에서 천지신명과 세계만방에 황제 등극을 알리는 고유제(告由祭)와 등극의(登極儀) 등의 행사를 6일 동안 치른 뒤 황제가 됐다.

#. 오늘부터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시작됐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그의 뜻이 선하게 실현되어 위대한 미국의 시대가 다시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저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일말의 불안감은 어쩔 수가 없다. 지금까지 트럼프 당선자가 내뱉어 온 저품격 언설들로 미루어 볼 때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인 다양성과 관용이라는 미국의 핵심 가치가 그의 임기 동안 꽤 위협받을 것만 같아서다. 물론 그 때의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같은 이민자요 힘 없는 소수자들이다.

조선은 새 임금이 즉위하면 예외없이 대사면령을 내려 백성들의 마음부터 어루만졌다. 취임식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과연 무엇으로 국민의 마음을 달래줄지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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