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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

한국어와 영어에는 동음이의어가 있다. 그러나 발음에 따라 비슷한 단어도 전혀 다른 뜻으로 알아 듣는다. 모든 언어는 기본적으로 단어를 많이 알아야 하지만 나처럼 알고 있는 영어 단어가 빈약하다면, 그 단어의 기본형 어원을 알고 앞에 붙은 접두사나 뒷부분 단어의 변형을 살펴보면 대강은 짐작이 간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자’ 등의 저자인 한호림은 캐나다에 살고 있는데 호기심이 많고 궁금한 것 못 참는데서 ‘꼬리 시리즈’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영어 때문에 언제까지나 골치 아픈 나와 비슷한 이들에겐 공감이 되고, 재미있게 읽고 많은것을 배우게 해주기에 틈틈히 읽는다.
하지만 영어는 아무리 정을 붙히려 해도 언제나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이다. 명색이 한국학교교사인데 이제는 가끔씩 한국어 단어가 가물거리고 영어는 암만 배워도 그자리에 머문다.

패스드푸드 식당에서 햄버거와 함께 콜라(Cola Coke)를 주문했는데 따뜻한 커피(Coffee)를 준다. 이럴 수가! 미국생활 15년이 되었는데도 가끔씩은 이 모양 이 꼴이다. 이럴 때는 미국에 사는 것이 짜증난다. 이런 날은 집에 돌아와 혀를 쭉 잡아당겨서 연습한 뒤에 다시 한번 도르르 굴려보고 다음에 찾아가 복수하리라 비장하게 결심한다.

처음에 미국에 와서 맥도날드에가니 콜라를 시키면 커피를 주고, 커피를 시키면 콜라를 주기에 내가 이상한가 싶어 혀를 한참 들여다봤다. 이제는 탄산음료(Soda Coke)를 달라고한다. 골프장 예약을 할 때 파티(Party)는 먹고 마시는 파티가 아니라 몇 명이 칠 거냐고 묻는다는 걸 알리가 없는 우리는 파티를 안 한다니까 그러면 예약이 안된다고 거절하길래 씩씩거리며 찾아갔다 뜻을 알아내기도 했다.



볼일이 급해 화장실(Restroom)을 물으면 배가 고파 보이는지 친절하게 미국, 이태리, 아시안 식당(Restaurant)을 골라 가라며 알려준다. 맛있는 꽃게(Crab) 2마리 넣어 만든 샌드위치를 달랬더니 정말 이해가 되지 않게 지맘대로 해석해서 커다란 접시에 조개관자(Scallops) 2개를 달랑 갖다줄 때는 기가 막혔다. 거기에 국물 있는 스프(Soup)를 더 달라니까 숟가락(Spoon)을 가져다준다.

마켓에서 훈제오리(Duck Beijing)를 찾고 있는데 밀가루를 부풀리는 베이킹 파우더(baking powder)를 보여줄 때는 그만 울고 싶었다. 월남국수(Vietnam)를 찾다가 퇴역한 군인(Veteran)아저씨와 한국전에 대해서 진지한 토론을 한 뒤에는 ‘포(Pho)’를 찾는게 빠르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도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고, 식당개 삼년이면 라면을 끓인다고 잔머리를 굴리며 그럭저럭 살아간다. 아니면 비슷하지만 쉬운 단어로 바꾸면 해결이 된다. 이것저것도 안될 때는 셀폰의 사전기능을 사용하지만 아직은 알량한 자존심이 남아있어서 사용하기가 싫다. 앞으로도 이곳에서 영어로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더 거울을 보며 혀를 잡아당겨 들여다 보든지, 아니면 영어의 설움이 없다는 LA나 한국으로의 이사를 심각하게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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