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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 기업들이 왜 약해보였나

[LA중앙일보] 발행 2017/01/21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7/01/20 20:29

조원희/디지털부 기자

기자로서 취재를 위해서 세계최대의 가전박람회 CES를 찾은 것은 3년 만이었다. 피부로 느낀 CES는 3년 전보다 훨씬 더 커져 있었다.

전시관에 들어가자 마자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다. 18만 명의 사람들이 회장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광경은 전쟁같이 보였다. 실제로 한 해의 IT업계의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경쟁은 무한으로 치닫는다. 어쩌면 전쟁보다 더 치열하다.

하지만 일부 전시관들에서는 이 치열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마치 전쟁터에 아무런 무장 없이 나와 있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나 한국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이 모인 '한국관'은 신기술과 좋은 제품을 많이 소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기가 부족해 보였다.

삼성은 사내에서 시작된 스타트업들을 모아서 만든 'C-Lab'이라는 공간을 선보였다. 내부장식부터 영상, 구성원들의 복장까지 모두 참가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였다. 비교적 한산했던 한국관과는 달리 많은 인파들이 관심을 보였다. 이곳 저곳에 흩어져 있는 한국 스타트업들의 전시관들이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 아래 조금 더 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운영이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한국관과 멀지 않은 곳에는 프랑스관이 있었다. '르 프렌치 테크'라는 멋진 이름과 국가 상징인 닭을 형상화한 로고는 멀리서 봐도 눈에 띄었다. 프랑스라는 국가의 브랜드를 스타트업에도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관에 함께하지 않고 다른 장소에 있는 프랑스 기업들에도 스티커를 부착해서 통일감을 줬다.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서 프랑스 스타트업의 언론 노출도 많았고 대부분은 칭찬 일색이었다. 자국의 스타트업을 세계에 선보이기 위해서는 전시관을 마련하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프랑스관은 보여주고 있었다.

현대, LG, 삼성과 같은 대기업의 전시관 또한 내용은 좋았으나 운영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관람객을 위한 동선 정리가 안 돼서 걷기 조차 힘든 경우가 많았다. 제품을 자세히 보고 설명을 듣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환경이었다. 비슷한 크기의 소니 전시장은 능숙한 운영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의 호평을 받았던 것과 대비됐다.

한국 대기업의 전시관을 담당한 직원과 익명을 전제로 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를 '의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시관을 꾸며야 할 직원들이 임원들의 의전에 동원돼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중요한 일을 맡은 직원들이 차로 임원을 마중 나가는 것은 물론 라면을 사오라는 잔심부름까지 하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이러한 '의전'에 동원되고 있다는 말과 함께.

최근 한국에서 화두로 떠오른 '갑질'은 2017년 1월의 라스베이거스에도 있었다. 문제는 이런 갑질이 단지 직원들을 힘들게 만드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들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2017년 CES에서는 매년 오던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올해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서 올 수 없었던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CES의 한국 대기업들을 보며 권력에 기대고 권력을 이용하는 행태가 한국의 기업들을 약하게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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