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행운? 열정으로 잡은 기회 놓치지 않았죠"

3D 캐릭터 아티스트
블러스튜디오 김경수

영화 '데드풀'로 유명해진 세계적인 프로덕션이 블러스튜디오(Blur Studio)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헤일로,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를 비롯, 내로라 하는 영화, 게임이 이곳을 거쳐 나간다. 그래서 특수 시각효과(VFX) 아티스트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꿈의 직장이다. 그곳에 혈혈단신, 작품 하나만으로 스카우트된 한인이 있다. 주인공은 김경수(3D 캐릭터 아티스트)씨다.

김씨는 2015년에 캐릭터팀으로 입사했다. 블러스튜디오에서도 쟁쟁한 실력을 갖춘 동료들과 함께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그는 같은 해 입사한 인턴 및 파트타임 직원 중에서 유일하게 정규직이 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아직도 인터뷰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날 인사담당 디렉터가 면접을 본 뒤 웃으면서 같이 일하자고 말할 때 꿈인 줄 알았다"면서 "어떻게 보면 우연처럼 3D 작품에 대한 좋은 평가로 채용된 것 같지만 실제론 2년여 간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3년여 전시기획사에서 근무했던 그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일을 그만뒀다. 어려서부터 좋아하던 애니메이션을 본격적으로 공부해보기 위해 그동안 모은 전재산을 털어 샌프란시스코 VFX 명문인 AAU(Academy of Arts University)의 문을 두드렸다.



어렵게 3D 모델링을 전공으로 입학해서 영어, 실기를 따라가느라 고생을 거듭했다. 그래도 좋았다. 재미있으니까.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곧 현실과 부딪혔다. 졸업을 앞둔 3학년 가을, 그에게도 구직의 불안한 그림자가 엄습했다. IT분야 전공지지만 그래도 취업은 만만치 않았다.

선배들의 조언처럼 1년 쉬며 작업에 올인하는 것도 고려해봤지만 시간도 돈도 여유가 없었다. 대신 실력을 보여줄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만들기로 가닥을 잡았다. 여러 영화, 작품을 살피다 영화 '엘리시움'의 매트 데이먼을 캐릭터로 선택하고 그만의 3D 아트를 기획했다.

낮에는 수업, 밤에는 작업.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식사시간만 빼고는 작업에 몰두했다. 그렇게 1년. 만족할만한 작품이 나왔다.

2015년 8월. LA에서 열린 세계 그래픽 엑스포인 '시그래프(SIGGRAPH)'에 유명 회사의 헤드헌터들이 모두 모인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로 가방을 꾸렸다.

구인 부스를 찾아 인사담당자들에게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고 그 동안 쌓은 기술과 노하우도 선보였다. 몇 군데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지만 희망하는 회사는 아니었다.

때마침 우연히 블러스튜디오의 채용담당자를 만났다.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바쁘다며 명함만 주고 돌아서는 그들에게 잠시 시간을 내달라고 떼를 써 태블릿으로 포트폴리오를 보여줬다"며 "그들이 큰 관심을 보이며 여러가지를 물어보고 며칠 내로 인터뷰 날짜를 알려주겠다면서 회사로 들어와야 될 것이라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2~3일이 꿈인지 모르게 지나갔다. 인터뷰에서 수퍼바이저, 디렉터들은 나를 프리랜서로 알고 바로 일하자고 했는데 졸업이 남았다고 하니 많이 놀라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마지막 학기를 샌프란시스코와 컬버시티를 오가며 학업과 일을 병행했다.

그는 3D 캐릭터 아티스트다. 움직이는 사람, 생물들이다. 콘셉트 아티스트가 상상력으로 전달한 것을 눈에 보이는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이 그의 일이다. 로봇과 사람의 대형 전투장면 등 실제 촬영이 불가능한 모든 것이 그와 같은 아티스트들의 작품이다.

그는 '타이탄폴(Titan Fall)2', '스타워즈-올드리퍼블리', '리그오브갓' 등 회사가 진행하는 여러 프로젝트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그가 속한 캐릭터팀이 작업한 '타이탄폴2'의 홍보영상이 유튜브에서 800만뷰를 훌쩍 넘기기도 했다. 또한 이 영상은 컴퓨터그래픽(CG)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비주얼 이펙트 소사이어티(VES)'에 후보로 오르는 겹경사를 누렸다. VFX아티스트라면 누구나 꿈꿔보는 영예로운 시상식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아직 배워야될 것이 많아 바쁜 날을 보내고 있지만 행복하다고 김씨는 말한다. 그는 "게임보다는 영화 쪽에 관심이 많다. 더 많은 경험을 쌓은 뒤 여러 친구들과 함께 인간적인 따뜻한 메시지를 주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병희 기자 chang.byunghee@koreadail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