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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희망 나누기

[LA중앙일보] 발행 2007/11/07 미주판 13면 기사입력 2007/11/06 17:51

김완신 편집 부국장

국제구호단체에서 긴급 구조요원으로 활동하는 한비야가 쓴 책에는 지구상 최빈곤국의 하나인 아프리카 말라위에서의 경험이 소개돼 있다.

그녀가 속한 구호단체는 헐벗고 굶주리는 말라위의 한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이 농사를 지어 식량을 마련할 수 있도록 씨앗을 제공했다. 그러나 다른 마을에는 씨앗이 돌아가지 못했다. 한정된 재원으로 구호활동을 하다보니 전 지역을 구제하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구호단체가 포기한 지역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도 안타깝지만 어쩔 수가 없다. 다수의 지역을 대상으로 무리한 구호활동을 하다보면 어느 한곳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에 긴급히 원조가 필요한 지역을 선택해 구호활동을 집중하게 된다.

결국 씨앗이 가장 필요한 마을이 선정됐고 주민들은 그 씨앗을 정성스럽게 파종했다. 주민들은 씨앗이 열매를 맺어 곡식을 수확했을 때 굶주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씨를 뿌렸다.

그러나 기후조건이 좋지 않아 그 씨앗은 싹을 틔우지 못했고 한톨의 곡식도 그들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결국 씨앗을 뿌렸던 마을이나 처음부터 씨앗을 뿌리지 못했던 마을 주민들 모두는 수확기가 됐어도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었다.

그런데 씨앗을 뿌리고 추수를 기대했던 마을 주민들 중에서는 굶어서 죽는 사람이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씨앗을 뿌리지 못했던 마을에서는 아사자들이 속출했다.

먹을 것이 없었던 상황은 똑 같았지만 파종한 마을 주민들은 얼마후에 곡식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어려움을 견딜 수 있었다. 반면 씨앗을 뿌리지 못했던 마을에서는 시간이 흘러도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 없다는 절망감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최소한의 식량이 확보되지 못한 극한 상황에서 한편에서는 죽음을 이겨내게 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생명을 포기하게 하는 만든 것은 무엇일까.

씨앗을 뿌린 마을에서는 지금은 없어도 언젠가는 들판에 곡식이 가득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 목숨의 끈을 놓지 않았고 씨앗을 뿌리지 않은 마을에서는 아무런 희망이 없어 죽음의 손짓에 힘없이 쓰러졌다.

희망은 삶을 지탱해 주는 원천이며 포기할 수 없는 신념과도 같은 것이다. 희망은 역경을 이기고 고난에서 쓰러지지 않도록 하는 절망의 반대편에 선 등불과도 같은 존재다.

장정일은 시 '가방의 든 남자'에서 '희망은 무거운 짐이며 무거운 가방을 들고 기다리는 어깨 아픈 고통입니다. 우리는 무겁지만 희망이기에 결코 내려놓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은 희망이다. 희망이 없는 사회는 진보하지 않는다. 희망을 내려놓지 않으면 절망의 끝에서 인내할 수 있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면 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속에서도 길을 헤쳐나갈 수 있는 것은 언젠가는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와 중앙방송은 오는 17일 사랑의 바자회를 개최한다. 연말을 맞아 불우한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는 행사다. 각계각층에서 온정의 손길이 답지하고 있다. 스스로도 풍족하지 못하지만 함께 나누려는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들고 있다.

사랑을 나누는 것은 결국 희망을 나누는 일이다. 어려운 이웃들이 짊어진 삶이 지금은 힘에 겨워도 그들의 곁에 희망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 고통은 감내할 수 있는 무게로만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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