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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강제 입원조치 '5150'

수잔 정 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우리 아이를 빼앗아가 버렸는데 어떻게 하면 좋지요?" 북가주에 산다는 어느 아버지의 다급한 질문이다. 내용을 들어보니 10살 된 딸이 학교 카운슬러를 만난 후에 곧장 정신과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앰뷸런스에 실려서….

이민 온지 얼마 되지 안 되는 터라 말도 사람도 생소한 부모가 학교로부터 들은 말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딸이 "칼로 자살하겠다"고 했다는 말은 믿기 어려웠단다. 딸은 "만일 안 되면 아파트 2층에서 떨어져 죽겠다"고도 했단다.

평상시에 공부를 하지 않아서 야단을 치기는 했었다. 동생과 싸우다 부모를 화나게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아이가 야단 좀 맞는 것이 한국에서야 다반사가 아닌가? 어떻게 부모를 놔두고 학교가 나서서 아이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단 말인가? 미국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이 부모가 얼마나 당황했을지 이해가 된다.

'5150'이란 법조항의 이름이다. 특정인이 1)자신을 해칠 위험이 있거나 2)타인을 해칠 위험이 있거나 3)심각한 정신적 장애상태일 때에는 정신 병동에 72시간 입원시켜서 관찰 보호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만일 치료 상담자나 정신과 의사 경찰관 등이 이런 위험이 있는 개인을 그대로 방치했다가 환자나 타인이 손상을 입는 경우에는 법적 제재를 받게 된다. 혹시라도 위험해 보이는 경우에는 응급실을 통해 정신과 의사의 진단을 받게 해야 한다. 만일 정신과 의사가 어떤 이유이든 'Danger to Self' 'Danger to Others' 또는 'Gravely Disabled'라고 진단하면 최소 72시간 동안 강제로 입원시킨다. 그 시간 동안 신체적 이상이나 심리적인 증상 환경 요인 등을 모두 조사하며 필요한 치료도 병행한다.

궁극적으로는 환자로부터 자신이나 주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러니 이 부모들이 겁내는 것처럼 아이를 덮어놓고 빼앗아 가는 게 아니라 안전한 환경에서 원인을 찾으려는 것이다.

"우선 따님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가셔서 담당 의사나 간호사 또는 사회사업가나 치료사를 만나세요. 아이의 출생이나 발육 과정 가족력 이민 온 후의 적응과정을 알아야만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니까요. 과거에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거나 간질 증세나 다른 질병이 있었다면 행동에 변화가 올 수도 있지요. 어린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환경은 가정 특히 부모님과의 관계이니 부모님의 협조는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나 아이가 어떤 원인이든 부모를 무서워 하거나 학대를 받았다고 여기면 가족과의 만남을 당분간 연기하기도 합니다. 심한 매질이 아니었다 해도 언어나 감정의 학대 또는 누구에게서라도 받은 성적 학대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며칠 후에 나는 이 아버지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그간 아이가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던 것을 병원에 가서야 알았습니다. 우리 부부가 돈 문제로 다투고 공부 잘하는 동생과 자꾸 비교한 것에 상처를 많이 받았었나 봅니다. 제가 워낙 술을 많이 하는데 유전적으로 제게서 태어나는 여아들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크다고 합니다. 항우울제 치료를 시작하고 정신과 의사도 소개받았으니 불행 중 다행입니다."

가끔은 강제의 법이 우리를 보호하고 새로운 생활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소녀와 가족들에게는 절실히 필요한 정신적 치료를 받게 만든 셈이다. 이민자 부모들이 이런 위기가 찾아올 때 현명하게 대처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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