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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대통령들의 거짓말

김 종 훈 / 야간제작팀장

"태극기 집회가 요즘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2주 동안에는 태극기 시위가 오히려 많아졌다. 인원 수도 많고 열기도 굉장히 뜨거워졌다. 약간 위로 받으시는가. 어떤 기분인가?"

"촛불 시위의 두 배가 넘는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참여하신다 듣고 있는데, 그 분들이 왜 눈도 날리고 날씨도 추운데 계속 나오시게 됐는가를 생각한다. 그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해야 한다' '법치를 지켜야 한다'는 것 때문에 고생도 무릅쓰고 나오신다고 생각한다. 가슴이 좀 미어지는 심정이다."

최근 정규재TV 인터넷 방송에서의 질문과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이다. 어디서 비슷한 말을 들은 것 같다.

"150만 명 정도가 나왔다. 그런데 미디어는 25만 명이라고 했다. 거짓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열린 트럼프 반대 여성행진에 대통령 취임식 때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자 중앙정보국 방문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역대 최대 취임식"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언론의 지적이 빗발치자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대안적 사실'이란 말은 '거짓말'이라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주별 승자독식 원칙에 따른 선거인단 투표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전체 득표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300만 표 가까이 뒤진 것이 계속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그래서 최근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또 "불법적으로 투표를 한 수백만 명을 제외하면 내가 전체 득표에서도 승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격이 없는 이민자 300만~500만 명이 클린턴에게 투표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불법 투표에 대한 조사에 나서겠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23일자 보도에서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의원들과의 만남에서 트럼프가 득표에 대해 또 거짓말을 했다."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다는 보도다. 트럼프 자신도 그의 주장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판단에서 '거짓말'이란 단어를 썼다.

지금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들은 자신들도 뻔히 알면서 근거를 찾을 수 없는 허위 사실을 알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거짓말이 단순히 집회나 시위 참가 인원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수많은 증거와 폭로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이 탄핵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며 자신이 지키지 않고 망쳐버린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를 들먹이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은 탄핵 여부와 관계없이 올해 임기가 끝난다. 그런데 미국의 대통령은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거짓말 잔치'를 벌이고 있다.

취임식 참가 인원이나 불법 투표 주장보다 더 심각한 것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환경보호국에 씌운 재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환경보호국에 언론과의 접촉을 금지하고 기후변화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려면 사전 검토를 받으라고 명령했다. 심지어 블로그와 소셜미디어에도 글이나 사진을 게시하지 못하도록 했다. 지구 온난화 등 심각한 기후변화 보고가 환경을 오염시키는 대기업들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기업 규제를 풀겠다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 요구 등을 통해 겉으로는 대기업들을 압박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철저한 '대기업 이익 우선'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를 위한 거짓말과 사실 왜곡, 감추기가 난무할 것이 우려된다.

미국 기업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하지만 환경 파괴 등을 초래하며 다수의 국민들을 희생시키면서 대기업들의 이익만 챙긴다면 '박근혜 정부의 오늘'이 '트럼프 정부의 내일'이 될 것 같아 두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곤경에 빠질까 봐 두려운 것이 아니라 미국민의 미래가 두렵다. 한국에서 박 대통령의 고난이 안쓰러운 것이 아니라 그동안 거짓말에 속아온 한국민의 처지가 안쓰러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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