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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정유년 기원

이 영 자 / 수필가

간간이 퍼져 있는 흰 구름 사이로 모처럼 맑은 하늘엔 해맑은 모습으로 내려다보는 햇살이 태풍 후의 평온함을 가져다주는 아침입니다. 앙상한 가지마다 포근히 내려앉아 안식을 취하던 잔설마저 간밤의 삭풍에 털어버린 나목들이 온 몸으로 부끄러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숲은 마치 부끄러움의 세리모니 하듯 강풍으로 꺾여져 가로누운 아름드리나무는 거죽만 남은 텅 빈 속내도 드러내고, 너덜너덜 여기저기 터져나간 목피는 속과 겉을 내보이며 고해성사 하듯 온갖 치부를 토해내고 있습니다. 한때는 기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름다운 숲의 일원으로 온갖 새들과 다람쥐, 사슴 가족, 노루, 두더지, 재두루미, 백학, 오리, 청둥오리 무리들의 먹거리를 공급하며 안식처를 제공하는데 일조를 하였을 터이지만 강풍 혹은 개미, 두더지 등 생물체에 의한 풍화작용으로 견디지 못하고 처참한 몰골로 쓰러져 누워 있습니다.

지금은 이역만리 지구의 반대편 신세계라 불리던 미국에 발을 딛고 살며 나의 국적으로 삼았지만 내 모국 코리아는 주변 강대국의 수탈과 억압을 당한 역사를 가진 대륙 끝자락에 위치한 변방의 약소국. 숱한 외세의 압제에도, 천신만고 온갖 고초를 당했어도 멸절당하지 않고 버텨온 끈질긴 단일민족의 후예였습니다. 그래도 허리띠 졸라매고 보릿고개 넘기며 가족 떠나 낯선 외국에서 말이 좋아 참전이지 용병으로 목숨 걸고, 혹은 탄광에서 용역으로 피땀으로 일해 세계에서 전무후무한 단기간의 경제 부흥으로 후진국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세계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다민족이 얼키고 설키며 다문화 세대라는 새로운 세대로 변모하며 광속으로 탈바꿈하는 사회적 변화에 반하여 나라를 통치한다는 정치의 패러다임(paradigm)은 사리사욕에 눈 먼 자들에 의해 사회를 좀먹는 좀비라는 괴물로 변해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병신년(丙申年) 원숭이띠 한 해는 몇몇 영혼 없는 원숭이들의 퍼포먼스로 모국 한국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최씨 일가의 국정농단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회오리바람을 몰아 왔고, 통치자의 부재로 가사상태에 직면한 대~한민국 정부는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가 되었습니다. 제각각 다른 소리만 울릴 뿐, 화음이 맞지 않는 아집만 난무하고 하모니(Harmony)를 이루지 못하는 소통의 부재로 불협화음의 아우성이 고막을 찢고 있습니다. 하모니의 뜻은 여러 음을 화합시켰다는 뜻, 화합으로 조화를 이룬다는 것. 정치도 오케스트라가 아닌가 합니다.

한때는 요즘 시중에 유행하는 단어인 금수저, 흙수저의 창시자는 인간을 만드신 분이라고 원망도 해 보았었습니다. 원죄(原罪)로 날 때부터 죄인으로 태어나는 처지나 유전자에 의해 모태에서부터 금수저를 물 수 있는 행운은 나의 선택이 될 수 없는 나의 존재 이전에 이미 정해진 것이기에.



이제 감출 것 없는 신체의 모든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었으니 도려낼 것 도려내고 이식할 것 이식하여 환골탈퇴하게 하소서. "너희는 내 규례와 법도를 지키라. 사람이 이를 행하면 그로 인하여 살리라"고 방법까지 가르쳐주신 '스스로 계신 분'. 친히 지명하여 부르신 내 모국을 외면치 마소서. 의인 다섯을 위하여도 멸망치 않고 구원의 길을 열어 주셨는데 대한민국에 그 다섯 명의 열 배, 의인 오십 명이 없겠습니까. 횃불 들 만한 삼백 명의 기드온의 병사가 없겠습니까. 사악한 인간의 욕심이, 욕망의 삶의 대한 집착이, 세계 도처에 바벨탑을 쌓으며 창조주를 조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바벨탑은 무너질 수밖에 없고, 그것을 무너뜨리시는 것은 세상의 파멸이 아니라 새로운 광명의 길이요, 축복의 길이 될 것임을 확신하며 감히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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