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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트럼프 정책의 퇴행적 경향

거침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주일 동안 14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전격전의 속도로 국정을 펼치고 있다. 아니 그 속도와 규모에서 국정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해 보인다.

트럼프의 조치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거칠 것 없이 변화를 주장했고 그 주장으로 거의 모든 열세 분석을 뒤집고 당선된 대통령을 놓고 '그 자리에 올라가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좀 순진한 바람이 돼버렸다. 다만 당선인 시절에 '트위터 정치'를 했다면 이젠 '행정명령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 좀 더 대통령같은 변화라고 할까.

트위터나 행정명령이라는 방식 자체로 보면 현재까지 트럼프의 국정운영 스타일은 말 그대로 돌진이다. 필요하면 우회도 하고 때로는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거나 하지 않는다. 목표를 향해 가장 짧은 직선으로 달려간다. 가장 즉각적이고 가장 짧은 소통 수단인 트위터가 그렇고 설득과 입법 과정 없이 서명과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는 행정명령이 그렇다. 이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내리더라도 사전에 의회나 관련 행정부처 등과 조율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트럼프의 14개 행정명령 가운데 이런 사전 교감 노력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없다. 오바마케어 관련 행정명령은 보건부의 전면적인 검토도 없었다. 어지간한 행정명령이라면 으레 거치는 법무부 산하 법률자문단의 검토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법률자문단장은 현재 공석이다. 트럼프는 직선보다 더 짧은 직선을 원하는 것일까.

트럼프의 트위터와 행정명령에서 우려되는 것은 그 퇴행적 경향이다. 시스템과 절차 이전으로 돌아가는 현상도 그렇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우려는 더 커진다. 이미 서명한 행정명령은 의료.무역.환경.이민.군사 등 굵직한 현안이 많다. 이런 거대 정책이 미래를 지향하지 않고 퇴행적이라면 변화는 무서운 일이다.



가장 큰 퇴행적 경향은 담을 쌓는 것이다. 멕시코 국경에 미국판 만리장성을 쌓고 일부라 해도 외국인에 담을 쌓으려는 것은 퇴행적이다. 그 옛날 만리장성조차 유목민의 공격을 막지 못했다. 이민 문제는 구조적인 것이다. 이민자에게만 미국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미국도 이민자가 필요하다. 외부엔 담을 쌓고 안으로는 서류미비자를 보호하는 400여 개 시와 카운티에 연방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는 것은 미래지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담을 쌓아 번영한 국가가 있었던가.

물론 테러리스트 입국과 활동은 막아야 한다. 미국엔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 등 17개 정보기관이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2016년 연방의회에 요청한 이들 정보기관의 2017년도 예산은 553억 달러였다. 지난해 필리핀의 국가예산이 590억 달러였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특정국가나 난민 전체의 입국을 금지하는 방식은 시스템에 역행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장을 미국에 지으라는 정책은 이해한다. 하지만 공장 해외이전보다 더 크게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은 로봇과 인공지능(AI)이라는 경고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제조업은 꼭 필요하고 살려야 하지만 큰 그림에서 미래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대비가 일자리는 물론 경제 전반에 더욱 중요한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큰 이슈에 가렸지만 전세계 낙태 관련 기관에 기금 지원을 금지하는 것도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 이미 미국은 세금으로 낙태를 지원하지 못한다. 이번 명령은 낙태를 상담하는 기관에도 지원을 금지하는 것이다. 이는 여성의 몸을 국가나 사회의 차원이 아니라 개인의 것으로 보려는 흐름에 역행한다.

국정운영 초반 변화 기조를 분명히 잡겠다는 의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일상 대화에서 시민권 취득이 다시 화제가 되는 퇴행적 변화는 아니다.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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