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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사람을 다듬는 일

김정국 골롬바노 / 성 크리스토퍼 성당

"살아가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 잘 맞지 않는 사람을 보고 사는 일인 것 같다"고 어느 부인이 내게 하소연하던 것이 생각난다.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겠지만 나도 나 자신에게 만족할 수 없는데 누가 내 마음에 꼭 들 수 있을까? 잠언서에 "쇠는 쇠로 다듬어지고 사람은 이웃의 얼굴로 다듬어진다."(27,17)는 말씀이 있다. 신앙 안에서 살아온 인간 지혜가 응축된 말씀이다. 쇠로 만든 귀한 연장을 처음 갖게 되었던 시절,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로 여겨졌던 쇠를 같은 쇠가 아니고서는 다룰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처럼 사람의 삶도 사람이 아니고는 다듬을 수 없다고 했으니 참 심오한 말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점점 이 진리를 잊어가고 있지 않은가 싶다.

세상은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바뀌고 기술의 발전이 이룬 놀라운 변화는 우리의 생활을 사람보다는 편리를 따라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가도록 길들여 놓았다. 정작 사람의 본성은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바뀌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얼마 전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현 기술 문명의 도움으로 과거에 왕들이 궁에서 살면서 수천 명의 시종이 두고 해야 했던 수준의 생활을 첨단 기술이 이루어낸 도구들을 활용하면서 누리고 살고 있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예를 들어, 음식만 해도 드라마 '대장금'에서 보았듯이 임금을 위해 궁중 수라간에서 일하던 사람들 숫자가 얼마나 많던가? 오늘날 우리는 마트에서 과거에 임금님도 구경하기 어려웠을 갖가지 좋은 음식재료와 이국 과일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그것을 사다가 자동화된 주방용구를 이용해 짧은 시간에 쉽게 요리해 먹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 갖춰져 있는 시스템으로 과거에 수십 명 수백 명이 주인 하나를 위해 해야 했던 일을 사람 두지 않고 혼자서 할 수 있다. 시스템과 기술력이 수많은 사람이 감당했던 일을 대신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디어와 교통수단의 발전으로 우리가 정보를 얻는 데 걸리거나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과거에 상상도 할 수 없었을 만큼 단축되었다.

이렇게 우리는 급속한 발전과 변화 속에 새로운 정보들을 다 소화하기에 벅찬 정보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다가오는 새로운 것들에 적응하기에 바빠서 사람을 아는 일은 일시적이고 그저 실용적인 일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일까. 점점 사람으로 사람을 '벼리는 것'을 실천적으로 경험하기 쉽지 않게 된 것 같다. 더 이상 사람이 사람을 바라보고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삼가고 조심해야 할 이유를 잃어 가고, 상대에 대해 인내와 배려와 존경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가를 잊어버렸다.

세상은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져 바삐 돌아가지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끼리 마주보고 함께 부대끼며 얻은 인간적인 면모를 유지하는 일인지 모른다. 거기서 우리가 다듬어 만들어가야 할 가장 인간다운 아름다움을 찾게 되지 않을까.

bano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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