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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장외 경기가 더 재밌다'

[LA중앙일보] 발행 2007/11/21 미주판 13면 기사입력 2007/11/20 17:31

김완신 편집 부국장

장외 게임이 본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식 경기에 나선 선수들이 승리를 위해 혼신을 다해도 관중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장외에서 벌어지는 경기에 더 관심을 둔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바로 이런 모습이다. 주객이 전도됐고 장외 게임에 전국민의 이목이 쏠려있다. 유력 후보들이 연일 통치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주목을 받지 못한다.

한국은 물론 LA한인사회에서도 BBK 공금 횡령 혐의로 구속된 김경준씨의 '장외 경기'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씨의 한마디 한마디가 대선의 향방을 결정하는 상황이다. 역대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가 아닌 일반인이 이처럼 대선의 한복판에 서 있었던 적은 없었다. 더욱이 한국 대통령 선거 사상 처음으로 본국 기자들이 미국으로 대선 관련 취재를 오는 진풍경도 연출되고 있다.

김경준씨 BBK 사건의 실체가 검찰 조사에서 어떻게 밝혀지는가에 따라 한 후보에게는 김씨가 은인이 되고 다른 후보에게는 원수가 될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BBK 사건과 관련해 3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는 BBK 사건에 이명박 후보가 연루된 것이 밝혀져 이 후보의 대선가도에 치명타를 가져오는 것이고 둘째는 이 후보와 무관한 것으로 드러나 일회성의 사건으로 끝나는 경우다. 마지막은 명확하게 밝혀진 것 없이 의혹만 증폭된 채 대선이 치러지는 상황이다.

BBK 공금 횡령 사건은 엄연한 범죄 행위다. 이명박 후보가 관련이 됐건 안됐건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 사건임은 분명하다.

그같은 사건이 대선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른 것은 매우 우려할 일이다. 대통령 선거를 한달도 못 남겨놓은 상태에서 후보들의 정책 공약은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일만한 폭발력이 없다. 각 당의 후보들도 정책 제시보다는 선거 캠페인에서 BBK 사건을 유리하게 활용(?)할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조금 과장하면 김경준씨의 '입'에 대선의 사활을 걸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선거에서도 정책대결 보다 스캔들이 대선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1884년 대선에서 그로버 클리블랜드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다. 선거캠페인이 계속되면서 클리블랜드가 젊은 시절 혼외정사로 낳은 아들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공화당은 즉각적으로 이를 빌미로 반격에 나섰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엄마 엄마 아빠는 어디 있어요?"라는 구호를 외쳤다.

클리블랜드는 소문의 사실 여부에 대해 공개적으로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사생아의 엄마라고 주장하던 마리아 크로프트 할핀에게 양육비를 지원했다.

그러나 클리블랜드는 공화당 후보 제임스 블레인을 누르고 당선됐다. 당선 직후 민주당 지지 신문들은 "엄마 아빠는 어디 갔어요 아빠는 백악관에 갔단다"라고 썼다.

당시 클리블랜드가 발표했던 공약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지만 그의 스캔들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미국 선거사의 오점으로 기록된 사건이었다.

현재 한국 검찰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BBK의 실체는 아직 의문으로 남아있다. 각 후보들의 난무한 설전속에 진실게임은 계속되고 유권자들은 얽히고 설킨 '대선 드라마'를 지켜보고 있다.

후보들의 정책 공약을 면밀히 점검해 한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는 중요한 선거에서 BBK라는 장외 경기에 열광하는 한국의 정치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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