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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고독사 그늘] 장례식은 치렀지만…'유품 정리는 차마'

비상연락망 지인과 공유
사후 대리인 선임도 방법

LA다운타운 자바시장에서 재기를 꿈꾸던 A(40대)씨. 이혼 후 미국에 혼자 남았고 우울증에 시달렸다. 3주 전 그는 하는 일마저 잘 풀리지 않자 자살했다. 지인 몇몇은 그의 사정을 딱히 여겨 십시일반 돈을 모아 장례를 치렀다.

▶무연고 고독사 사연 제각각

얼마 전 지인의 장례식을 대신 치러준 한 한인은 "돌아가신 분을 외면할 수 없어 시신 수습은 도왔다. 그분이 세 들어 살던 방의 유품 정리는 차마 나설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인 장의업계에 따르면 무연고 고독사한 한인은 저마다 말 못할 사연이 있다. 연락이 끊긴 가족에게 신세 지지 않겠다고 다짐한 사람, 이혼 등 홀로 남은 뒤 신변비관, 사업실패 후 몸이 망가진 이, 암투병 후 양로병원에서 고독사, 정신질환 등 노숙자, 자살 등 사인도 다양하다.



▶고독사 믿을 건 친구.지인

LA카운티 검시국은 무연고 고독사한 이들의 유해를 약 3~4년 동안 보관한 뒤, 매년 한 차례 공동묘지에서 합동 장례식을 치른다.

그나마 한인 무연고 고독사 시신은 친구, 지인, 종교단체의 도움으로 수습될 때가 많다. 장의업계와 LA총영사관에 따르면 혼자 사는 40~60대 한인이 갑자기 사망하면 무연고 고독사로 취급될 가능성이 높다. 고령자는 미리 사후 대비를 해놓지만, '급사'한 이들은 사실상 보호자를 찾기 어려울 때가 많다.

▶비상연락망 공유 필수

장의업계와 LA총영사관은 이민사회 특성상 혼자 사는 이들은 '비상연락망'을 지인과 공유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가족 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주변에 알리고 집안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으면 좋다. LA총영사관은 재외국민등록을 통해 위급상황 시 한국의 가족과 비상연락서비스를 지원한다.

최근 한인 독거노인은 스스로 사후 시신처리를 준비하고 있다. 장의사에게 미리 장례비를 주겠다는 독거노인도 적지 않다. 장의업계에 따르면 믿을만한 친구나 종교인을 대리인으로 세우고, 최소 장례비 1000달러 정도를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외면할 수 없어 명복 빌 뿐"
장의사에 수목장 묘소 설치


"무연고 고독사한 한인 대부분은 이민 1세대로 가족은 있어요. 근데 별의별 사연으로 연락이 끊기거나 외면받은 분들이죠. 그렇게 돌아가신 분들의 장례식 문의가 계속 오는데 외면할 수도 없어요. 우리는 다 똑같은 인간이잖아요."

대한장의사 미카엘 이(사진) 대표는 한 달에 한 번꼴로 무연고 시신을 수습한다. 이 대표는 고인의 친구나 지인이 장례식을 문의하면 법원 보호자 신청방법을 안내하고 사망증명서 발부 등에 앞장선다. 이 대표에 따르면 검시국은 유가족 동의없이 시신을 인계하지 않는다. 통상 무연고자 시신은 친구나 지인이 법원에 보호자 신청(3주 소요)에 나서 대신 장례를 치른다.

이 대표는 3년 전 아들(고 니콜라스 이 LAPD 경관으로 2014년 3월 근무 중 교통사고로 순직했다)을 잃고 난 뒤 죽음의 의미를 더 깨달았다.

이 대표는 "고독사한 분들 집에 가보면 살림살이나 유품은 거의 없다. 시신을 수습해 씻겨드리고 옷도 잘 입혀드린 뒤 고인의 명복을 빌 뿐"이라고 말했다.

장의사 입구에는 큰 소나무가 있다. 그 아래에는 무연고자 유해를 안장한 수목장 합동묘소가 생화로 둘러싸여 있다. 이 대표는 매일 30분씩 고인의 명복을 비는 '위령기도'(가톨릭 연도)를 한다. 그는 "홀로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이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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