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데스크 칼럼] 프레드 코레마츠

김 종 훈 / 야간제작팀장

지난달 30일 구글 검색 홈페이지에 낯선 아시안의 얼굴이 그려졌다. 아시안 아티스트 소피 디아오가 그린 일본계 미국인 프레드 코레마츠의 얼굴이었다. 이날은 코레마츠가 태어난 지 98년이 되는 날이었다. 2005년에 사망한 코레마츠는 1998년 세계 평화와 미국 안보에 기여하는 등 국가에 공적을 세운 개인에게 주어지는 대통령자유훈장을 받았다. 그림에도 그가 받은 메달이 목에 걸려 있었다.

하지만 코레마츠는 자신의 신념 때문에 고단한 삶을 살았다. 그리고 한때 범죄자로 유죄평결을 받았다. 그는 2차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들의 강제수용에 반대하는 활동에 앞장섰다. 그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태어난 2세였다. 일본이 아닌 미국에 대한 애국심이 남달랐던 그는 징병 신체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그는 미국 국방에 도움이 되고자 용접공이 됐다. 하지만 1941년 일본의 진주만 침공이 일어난 뒤 직장조차 잡을 수 없는 처지가 됐고 일본인들은 강제로 집단수용소에 끌려갔다. 12만 명의 일본인들이 강제 수용됐고 이 중 62%가 미국 시민권자였다. 이에 항거한 코레마츠는 잡히지 않기 위해 이름을 바꾸고 성형수술까지 하고 도피했다.

그는 결국 1942년 체포된 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과 함께 정부에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아랍계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거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소송을 제기한 ACLU(1920년 창립)가 그때도 활약했다. 그와 ACLU는 일본인들을 공정한 법정 다툼 없이 강제수용한 것은 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당시 수많은 미국인들뿐 아니라 일본인 단체들도 코레마츠를 비난했다. 그들은 강제수용에 협조하는 것이 미국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코레마츠는 연방대법원에까지 소송을 끌고 갔지만 1944년 결국 지고 말았다. 연방대법원은 6대3 판결로 '긴급하고 위험한 상황' 때문에 국가가 내릴 수 있는 처분이라고 결정했다. 이후 유타주 수용소에서 거주하게 된 그는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쓸데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 취급을 받아 '왕따'를 당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 수용소에서 나온 그는 직장에서 자신이 임금을 동료의 절반밖에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용주에게 항의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경찰을 불러 체포시키겠다는 협박뿐이었다. 절망한 코레마츠는 이후 30년간 조용히 살았다.

그러나 세상은 바뀐다. 1976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집단 수용을 당했던 일본인들에게 사과를 한다. 그리고 정부는 1980년 조사를 통해 집단 수용은 "인종 편견 전쟁 히스테리 그리고 정치 지도력의 실패"라는 결론을 내렸다. 1988년에는 수용소 생활을 했던 일본인들에게 2만 달러씩 총 12억 달러의 보상도 이뤄졌다. 이에 앞서 1983년 코레마츠는 사면을 받았다. 당시 그는 "나는 정부가 잘못을 인정해 다시는 인종과 신념 피부색 때문에 시민들이 이와 같은 일을 겪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들은 진보하는 역사도 일시적으로 후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앞으로 미국에서는 계속 민권 말살 시도가 이어질 것이다. 트럼프 정권의 유지를 위해서는 백인 보수층의 변함 없는 '아스팔트 지지'가 필요하다. 그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희생양'이 필요하다. 불행하게도 소수인종과 이민자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 우려했던 대로 트럼프 정권은 확고한 반이민자 정책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의 양심은 '희생양'들과 손을 잡고 평화적 항거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그것만이 후세에 더 나은 세상을 남겨주는 길이다. 그것이 코레마츠가 남겨준 교훈이다. 그는 사망하기 전 이런 말을 남겼다. "저항하라. 단 폭력은 안 된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겁내지 말라.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비록 40년이 걸릴지라도."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