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오픈 업] 어느 미국인 홈리스

모니카 류 카이저 병원 방사선 암전문의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등이 땅에 가까울수록 사람은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고.

의학적으로 일리가 있는 말이다. 서 있을 때보다 앉아있을 때가 편하고 앉아있을 때보다 누운 자세가 편하고 안락하기 때문이다.

홈레스들은 등을 제대로 땅에 가깝게 대고 잘 기회가 적으니 그들의 몸상태는 항상 불편하다고 할 수 있다. 동네에서 자주 보는 홈리스 생활을 12년째 해 온 미국인 윌리엄이 이번 주에 거리 생활을 청산하고 자신의 보금자리를 얻어 입주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 바로 '편한 잠자리가 생겼구나'하는 것이었다.

가정이라는 테두리가 탄탄하지 못했던 윌리엄이 거리에 나앉게 된 것은 한인들로서는 믿기지 않지만 하루 아침에 발생된 일이다. 임대 주인과 임대자 모두를 보호해야 하는 법은 사실상 미국에서는 냉정하기 그지없다. 그 법은 그가 살 던 아파트 문을 굳게 닫아 걸었고 아파트 안에 있던 그의 물건들 은 법이 아랑곳 할 일이 아니었다. 당시 50대 후반이었던 그로서는 재활이나 거처마련과 같은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겨울 날씨가 무시할 수 없으리 만치 추운 LA에서 동네의 미국 신부님은 그에게 이동식 오피스에서 추위를 피해 잠을 잘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그의 날씬하던 몸은 홈리스 생활 12년을 하면서 점차 배불뚝이로 변했고 다리는 코끼리 다리처럼 퉁퉁부어 지팡이에 의지해야 걸을 수 있을 정도까지 됐다. 성인병 당뇨와 고혈압을 제대로 치료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음식조절은 홈리스들에게는 화려한 종목일 뿐이다. 가끔 성당에서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동안은 종군 퇴직자를 위한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윌리엄은 성당 주위를 맴돌며 낡은 시볼레 차 안에서 생활했다.

그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구걸해서 얻은 돈으로 고양이 밥을 사서 홈리스 고양이들을 먹이곤 했는데 성당 청소부 아저씨에게 혼이 난 후론 그나마의 위안도 없어졌다.

가끔 고향인 미시건에 다녀오기도 했다. "누가 있냐?"고 물었더니 "아버지 때 알고 지나던 분 중 두 분이 아직 살아 계시다"고 했다. "친척도 있냐?"고 했더니 없다고 했다.

"그러면 왜 가냐"고 했더니 "그곳에 가면 어릴 때 생각도 나고 젊었던 시절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좋다"고 했다. 그에게는 혈육도 없는 고향을 다녀오는 것이 삶의 재충전이었는지도 모른다.

LA에는 1년동안 평균 25만 명이 홈리스의 경험을 한다고 한다. 하루 밤에 8만 2000명이 홈리스로 거리에서 잠을 자고 있다. 홈리스의 평균 연령은 40세 반이 못되는 숫자가 여자라고 한다. 전국적으로 어린이 홈리스가 135만명에 이른다.

홈리스들이 병에 걸리면 이만 저만 힘든 것이 아니다. 웬만하면 아픔을 이겨보려 한다. 당뇨 고혈압 고 콜레스테롤 같은 성인병을 그들은 그대로 짊어지고 산다. 평균 수명이 40세 밖에 안 되는 이들이 받는 입원치료 기간은 평균 4일이 넘고 저소득층보다 입원시간이 36%가 더 길다는 보고도 있다.

10년 전의 통계는 2400달러에서 4000달러를 더 쓴다고 나와 있으니 지금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비용은 더 많다. 이들이 윌리엄처럼 주거지를 찾게 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이제야 등을 땅 가까이 대고 편히 잠들수 있게 됐다. 성당에서 그를 볼 수 없게 됐다. 굿바이 윌리엄!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