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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민사회의 그늘, 고독사

김형재 / 사회부 차장

파란 하늘빛을 더 푸르게 반사하는 태평양 물결. 팔로스 버디스 해안 나무군락에서 바라보는 바닷가는 늘 예쁘다. 바다 건너 고향집이 있다는 기억 재생은 아련하다.

한 아시안 남성은 바다 건너 고향집을 바라보다 나무에 목을 맸다. 밝게 빛나는 캘리포니아 햇살 아래 그는 목숨을 끊었다.

CNN 휴먼다큐(This Is Life)를 진행하는 대만계 리사 링이 같은 장소를 찾았다. 그는 "우리 부모님도 바다 건너왔다. 누군가에게 소중했던 사람이 이곳에서 고향을 생각하며 목숨을 끊었다. 그에겐 얼마나 많은 사연이 있었을까"라며 울먹였다.

CNN 휴먼다큐를 통해 LA카운티 검시국의 무연고 고독사 사연을 처음 접했다.



LA카운티 검시국은 매일 여러 구의 시신을 수습한다. 미국 최대 카운티란 규모답게 참 많은 시신이 접수된다. 물론 신원미상의 무연고 시신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들 시신은 영안실에 2~3년 정도 보관된다.

검시국은 매년 유가족을 찾지 못한 유해를 해당 연도만 적은 채 공동묘지에 합동 안장한다.

지난주 기사화한 '한인 고독사 그늘' 취재는 우연히 시작됐다. 한인 무연고자의 죽음과 유품정리 어려움 정도로 쓰려던 단신 속에 여러 사연이 얽혔다.

대한장의사 미카엘 이 대표는 한인사회의 그늘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가족과 연락이 끊긴 이민 1세대, 이혼이나 사업실패 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신변비관자, 이민 후 가족과 불화를 겪은 시니어, 미국에서 새 삶을 찾겠다던 혈혈단신 젊은이, 기댈 곳 없이 거리를 떠돌던 노숙자…."

이 대표는 안타까운 한숨을 쉬면서 한인 무연고 고독사가 일상처럼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인 무연고 고독사는 흔치 않은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LA에서 한 달 평균 2~3명이 홀로 생을 마감한다는 소식 이후 더는 남 일 같지 않았다.

우리 모두 죽음을 향해 걸어간다. 다만 홀로 세상을 등지는 죽음은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죽음이 임박한다면 소중한 사람이 지켜봐 줄 것이란 기대도 한다. 굳이 인지상정이란 말을 꺼내지 않아도 그만큼 죽음은 슬픔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고독사한 한인은 죽음마저 슬퍼한 가족이 없다. 이역만리 떨어진 가족이 애써 외면한 고독사는 더 애잔하다. 죽어서도 가족에게 버림받은 영혼이 수없이 많다. 사실 한인이 미국에서 홀로 산다는 건 고독사 가능성을 의미할 수 있다. 취재로 알게 된 고독사한 이들의 공통점은 이민 1세대라는 점이었다. 한인사회가 우리의 그늘을 좀 더 세심히 바라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인 고독사 사연에는 온정도 살아 있었다. 친구와 지인은 고인의 죽음을 외면하지 않고 있다. 뜻있는 종교단체에서 고인의 장례식을 주관하기도 한다. 한인 장의사가 그들의 시신을 수습해 정성껏 유해를 안장한다.

이런 온정의 기회마저 얻지 못하는 죽음이 있다. 한인사회가 외면할 때 그들은 가장 쓸쓸한 이민자의 최후를 맞는 셈이다.

비행기를 타고 미국 공항에 도착할 때 죽음 먼저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불안한 미래지만 부딪쳐 보자는 희망을 꿈꾼다. 망자가 못다 이룬 희망의 넋이라도 한인사회가 나서서 달래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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