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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뿌리찾기의 치료효과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오. 나는 내 영혼의 선장…"

'무엇 때문에 왔느냐'는 물음에 인빅투스(Invictus)의 시 한 귀절이 적힌 쪽지를 내보였다. 인빅투스는 한쪽 다리를 절단당한 신체 불구자인 자신의 처지에 한을 품고 신에게까지 굴복하지 않겠다던 영국의 반항시인 윌리엄 헨리(William Henley)가 1895년에 쓴 시다.

수백 명의 사상자를 냈던 오클라호마 연방정부 청사 폭발주범인 티모시 멕베이가 사형 직전에 이런 반항의 시를 몸에 지녀 환자의 마음 상태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환자는 갓난아이 때 입양됐다. 5살 되던 해 양부모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낳아준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놓쳤다.



다른 양부 밑에서 자라 성인이 됐고 좋은 직장을 잡았지만 항상 자신의 존재에 대해 회의를 가졌다.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생부모의 소식은 알 길이 없었다.

지쳐버린 심신에 홧병까지 겹쳐 인생을 하직하려는 참에 신부님의 권고로 정신과 의사를 찾은 것이었다.

그에게 항우울제를 투여하고 간단한 심리치료를 시작했다. "세상을 처음 만나는 어린 새의 날개처럼 대지를 떠밀며 올라오는 어린 새싹처럼 어둠의 굴을 빠져나온 아침의 햇살처럼 어제는 보내고 새 날을 맞이하는 아침처럼 그렇게 다시 살아보라"고 했다.

"당신이 부럽군요." 우울증세와 홧병이 훨씬 좋아진 환자가 고국 방학을 떠나는 필자에게 한 말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게 뿌리가 있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1등이 되기 위해 1등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욕심으로 가득찬 세상의 노예가 돼 일상에 중독된 나를 발견했다.

그 때부터 나는 고국을 자주 찾았다. 금년엔 고국의 서해안과 남해안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금강 물줄기가 서해로 넘나드는 고향 땅도 들렀다. 넓은 세상이 보고 싶어 목동이 돼 떠나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말한다. "네가 세상을 다 돌아본 후에야 네가 자란 산천과 우리네 여인들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다(Coelho의 소설 '알케미스트'에서)."

필자 또한 고향 떠난 수십년 후 다시 돌아와 보니 아무렇지 않게 보였던 모든 것이 소중히 느껴졌다.

꼬마시절 짓궂게 올라타던 앞산의 큰 바윗돌이 나를 알아보는지 어서 오라는 듯 손짓도 했다. 꽈배기 처럼 뒤틀어진 소나무들 사이로 계곡물이 좔좔 흐르고 있었다. 하늘엔 뭉게구름이 떠다니고…. 유구한 세월 동안 묵묵히 서있는 봉우리의 한 모서리에 한 순간의 발자취를 남기고 왔다.

"한 손에 가시잡고 다른 손에 빗자루 들어/ 늙은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빗자루로 치렸드니/ 세월이 저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고려 때 시조).

인생은 그리 길지 않다. 유럽ㆍ아프리카ㆍ러시아ㆍ중국여행도 좋지만 우리가 태를 묻고 온 고국여행은 가끔 '찡'할 때가 많다.

그것은 쫌쫌히 박힌 밤 하늘의 별처럼 발길 닿는 곳마다 전설에 얽힌 우리네 마을 강ㆍ산ㆍ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훈훈한 마음 때문이다. 동포 여러 분께서도 내년의 여행 계획서에 고국을 넣어 보는 게 나쁘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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