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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령의 퓨전에세이 653]청와대 주인이 바뀌면

세계는 지금 조용할 날이 없는 듯하다. 다른 나라는 그만두고 미국과 한국만 봐도 그렇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는 날이면 날마다 놀랄 일을 저지르고 있다. 엊그제 하루 신문 속에 트럼프와 관련된 기사가 6가지나 되었다. 한국도 그렇다. 입에 올리기도 싫은 최순실에게서 비롯된 온갖 사건들이 끝날 줄을 모른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들 최순실 소리만 들어도 짜증이 나겠다. 박대통령 탄핵 문제가 거론되는 가운데 수많은 잠룡들의 행보도 어지럽게 만든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정되면서 제일 먼저 한 말이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였다. 이 말이 유별나게 들렸던 것은 그전 5년간의 참여정부가 한국을 온통 앵그리 사회로 만들었던 뒤끝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마치 그 분노의 한 끝을 증명이라도 하듯 상상을 초월한 한 앵그리 시민이 국보, 그것도 1호에 불을 질렀던 일이 어제 일 같다.

당시 어떤 콤플렉스가 작용했는지 대통령 자신도 걸핏하면 울분과 격정을 쉴새 없이 쏟아내곤 했다. 이 같은 대통령의 행동이 사회 분위기를 불안정하게 하고 구석구석 참을성 결여를 초래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철철 넘치는 재물로 정치를 하는 게 아닌 한, 나눌 땐 어쩔 수없이 전과 후가 있겠고 인내가 필요하다는 다독거림이 있었어야 했다.

정치란 한 두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기에 선정을 베푼다 해도 본의 아닌 말이 나오기도 하고 실수도 생기며, 그로 인한 고통과 어려움, 상처가 수반되기 마련이다. 정치적인 악에는 로마의 네로 황제나 칼리큘라와 같은 황제가 따로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중국의 요순시대도 현실이기 보다는 설화에 가깝다고 사가들은 말한다. 솔론과 크라이스테네스가 세운 아테네의 민주주의도 로고스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의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 이라는 책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읽는 모습을 언론에 보도하고, 당선인 자신이 추천사까지 썼었다. 대통령의 독서적인 성향이 그의 리더십의 방향을 가름하게 하는 건 아닐까.

대한민국에도 직접 책을 쓴 대통령이 적지 않다. 가장 저서가 많은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일 듯하다. ‘옥중 서신’, ‘나의 길 나의 사랑’, ‘3단계 통일방안’, ‘김대중 경제론’ 등 50여권이 있다. 책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다. 국토면적이 한반도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으면서도 국민소득이 5만 달러를 육박하는 나라가 있다. 아일랜드다. 자원은 커녕 척박한 기후와 토양으로 과일이나 채소는 완전히 수입에 의존해야 하지만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오른 나라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과 레이건 대통령이 아일랜드계다. 대 문호 예이츠, 조지 버나드쇼, 극작가 사무엘 베게트, 제임스 조이스, 오스카 와일드의 조국도 아일랜드다. 그들이 모든 악조건에서 선진국이 된 이유는 단연 책이라고 한다. 국민들의 독서량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선진국은 정부가 만들어 내는가? 국민소득만 높으면 문명국이 되는가? 대통령 한사람만 잘하면 되는가? 한국인의 독서량이 OECD국가 중에 단연 뒷자리다.

청와대 주인이 바뀌고, 대통령이 독서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자주 보여주고, 국민 모두 책을 가까이할 때 우리는 선진 문명국으로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가 종이책과 전자책을 루브르 박물관과 2층에서 던지며 종이책이 더 오래 살아남으리라 했던 말이 생각난다. 종이책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세계적인 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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