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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슬그머니 다시 '불법체류자'

지난 6~10일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서류미비자를 급습했다. 12일 ICE에 따르면 체포된 이들은 680여 명이었지만 CNN은 1000명 선이라고 보도했다.

통상적인 단속일까, 아니면 새로운 단속의 시작일까. 이번 단속을 보는 가장 큰 의견차이다.

물론 통상적인 단속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ICE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에 계획됐고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단속과 비교해 심하지 않았다는 것이 근거로 제시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기간 동안 서류미비자 250만 명을 추방했다. 300만 명 추방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해 큰 차이가 있다고 하기 어렵다. 단일 단속 기록만 봐도 ICE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에 1주 동안 2000명을 체포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히스패닉계를 비롯한 이민자 사회에 준 충격을 덜어주진 못할 듯하다. 우선 ICE 공식발표를 보면 LA에서만 160명이 체포됐고 이중 75%는 중범죄자다. 여기까지는 통상적인 단속으로 볼 수 있다. 한데 일부는 서류미비자라는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체포됐다. 추정이 아니라 ICE의 공식 발표다. ICE의 발표가 있던 12일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 의견을 올렸다. "불법체류 범죄자 단속은 선거 공약을 지키는 것일 뿐이다. 갱단원과 마약 딜러 등이 제거되고 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서류미비자 단속에 대한 기준을 밝힌 바 있다. 경범죄까지 포함해 어떤 형태의 범죄로든 유죄를 선고받았거나 기소된 불법체류 남성 추방에 최우선을 두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12일 단속 결과를 보면 기소되거나 유죄선고를 받은 이들을 단속하되 그 과정에서 서류미비가 유일한 불법 행위인 이들도 눈에 띄면 체포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추방 대통령'이란 별명을 얻었지만 추방에 세 가지 원칙이 있었다. 국가안보와 공공 안전에 위협이 되거나 최근에 입국한 서류미비자가 그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첫 ICE 단속이 충격파를 던지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집과 직장을 급습한 뒤 특정했던 체포대상이 없자 예정에 없던 다른 사람을 체포해 곧바로 멕시코 행 차량에 태운 사례다. 두번째는 공공의 안전을 외치지만 안전에 위협이 된 적이 없던 이들까지 체포한 것이다. 서류미비자 체포용 체크포인트가 설치되고 무작위 단속을 할 것이라는 공포가 퍼지는 경험적 근거다. 이런 보도가 나오자 ICE는 이를 부인하며 부정확한 보도는 단속요원을 불필요한 위험에 빠트리는 위험하고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소문과 공포에는 이유가 있다. 새 행정부에서는 슬그머니 서류미비자라는 말이 사라졌다. 대신 불법체류자란 단어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서류미비자라는 단어에는 서류미비 자체는 체포될 정도의 불법이 아니라는 시각이 깔려있다. 불법체류자에는 체류가 불법일 경우 불법이기 때문에 체포될 수 있다는 태도가 숨어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서류미비자라는 용어가 불법체류자로 바뀌는 사이의 태도 변화를 잘 보여주는 것은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의 의회 발언이다. 켈리 장관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민법 단속 요원들이 법을 그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좌절감을 표시했다고 증언했다. 켈리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그런 좌절감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집행 대상 가운데 특정한 그룹을 예외로 하면 이민법을 제대로 시행할 수 없다'는 이민관련 행정명령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지난 주의 사례 하나를 이민법 단속의 새로운 매뉴얼로 규정하긴 어렵다. 동시에 진입 장벽은 높이고 추방 장벽은 낮추는 이민의 뉴 노멀이 이미 시작됐을 수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도 어렵다.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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