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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다쿠앙' 선사의 밥상

박 재 욱 / 나란다 불교아카데미

짜장면! 하면, 벌써 군침이 돌게 되는 한국인의 대표적 기호식품 중 하나이다. 그 짜장면과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따라붙는 반찬이 바로 '다쿠앙(단무지)'이다.

다쿠앙은, 조선인 스님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택연(다쿠앙)선사의 법명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설이 있지만, 일본학자들은 그가 일본 전국시대 말기를 살다간 다쿠앙 소호선사(1573-1646)라고 주장한다.

아무튼 선사는 일본불교사에 꽤 명망 있는 스님이다.

선사는 말년에 도쿄의 동해사란 절에 머물고 있었는데, 선사의 평소 식단은 아주 소박하고 조촐했다고 한다. 끼니때면 발우의 절반 정도 잡곡밥과 무절임 서너 조각, 그리고 한사발의 맑은 석간수가 전부였다니, 수행자의 참 면모를 보는 듯해 가슴이 찡하다.



어느 날, 쇼군(우두머리 장수)인 도쿠가와 이에미스 일행이 동해사를 지나다 들러 잠시 머문다. 마침 공양 때라 예의 그 절집의 가난한(?) 밥상을 받게 되었다.

매끼 산해진미를 대하던 쇼군은, 절집에서 내놓은 밥과 달랑 하나뿐인 반찬을 맛보게 된다. 노리끼리하고 짭조름하며 달착지근한, 그러면서 단백한 그 맛에 매료된 쇼군은 찬의 이름을 물었다. 선사는 그냥 무를 소금에 절인 무절임으로 별다른 이름이 없다고 했다.

그 말끝에 쇼군은 맛이 별미인데, 그렇다면 앞으로 이 무절임을 선사의 법명을 따 '다쿠앙'이라 부르기로 하자고 제언한다. 그 후 '다쿠앙'은 쇼군에 의해 전 일본에 보급되었으며, 우리나라에는 구한말 일제의 한반도 침략기에 일본인들에게 묻어온 것으로 추정한다.

한편, 다방면에 능했던 다쿠앙선사는 특히 검술과 선(禪)을 접목시켜 살상을 위한 기술인 검술을, 수행의 일환인 오늘날의 검도(劍道)로 승화시킨다.

당대 일본을 통일한 무장집단으로 전국시대가 끝나 피에 굶주린 사무라이들에게, 실전 보다 선과 같은 정신수양을 배양하는 무사도의 원형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검도의 핵심은 불교의 무심사상을 바탕으로 한 부동심으로 바깥경계에 동요되지 않는 마음의 상태이다.

선사의 부동심의 경지를 잘 드러낸 일화가 있다.

어느 날 짓궂은 한 젊은이가 기녀의 농염한 나신을 그린 그림을 들고 와, 선사께 넌지시 찬(다른 사람의 서화를 기리는 글)을 청했다. 허허! 낭패로세.

막무가내 매몰찬 외면이야 설익은 선승의 몫일 터, 진정 곰삭은 선사라면 차디찬 고목이라 해도 '사람'의 뜨거운 피가 돌아 꽃도 펴야 하고, 부동심을 놓쳐서도 아니 될 진퇴양난의 곤혹스러운 경계에 처한 것이다.

아무려나 그림을 본 선사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대뜸, '좋구나, 좋다' 하시다가, 이내, 주책없이 촐싹거렸나 싶으신지 '흘끗흘끗' 하시다가, 그래도 어쩌랴 '벙긋벙긋' 하시다가, 그러나 이렇게 찬을 써내려갔다.

"부처는 진리를 팔고/ 조사는 부처를 팔고/ 말세 중들은 조사를 팔아 사는데/ 그대는 다섯 자 몸을 팔아/ 중생을 편안케 하는구나/ 색즉시공 공즉시색/ 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고/ 달은 밤마다 물위를 지나건만/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 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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