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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톨스토이의 우울증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는 19세기 리얼리즘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레오 톨스토이를 문호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톨스토이는 4남1녀 중 넷째로 2살 때 어머니를 잃었으며 아버지는 그가 6살 때 뇌일혈로 사망했다. 1860년 형 니콜라이의 죽음은 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난생 처음으로 죽음의 불가피성 인생의 허무함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를 절감하면서 우울증에 빠져 자신감과 자부심을 잃었다.

30대 중반 자신을 집요하게 괴롭히던 우울병에서 톨스토이를 구한 것은 결혼이었다. 1862년 그는 17세의 소녀 소냐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16살이나 연하인 소냐는 그의 청혼을 받아들여 그 해 가을에 그들은 결혼했다. 결혼 전날 그는 그동안 적어온 일기를 신부에게 읽도록 했다. 그동안 농사꾼 부인과 맺었던 부적절한 관계라든가 여러 농노들과 가진 성 경험을 읽은 후 소냐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 낙심했으나 결국 그를 용서해 주었다.

대신 그들은 결혼 후에도 서로의 일기를 상대방에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 이로 인해 그들은 자주 상대방에게 질투심을 일으켜 다투는 적이 많았고 이런 일은 결혼 생활 전반에 걸쳐 반복되었다. 결혼 후 첫 15년 간 톨스토이는 결혼 생활에서 행복을 느꼈고 만족해했다. 그들은 13명의 자녀를 두었다.

소냐는 나이는 어렸어도 아주 현실적인 여자였다. 첫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부부는 서로 만족할 만한 계획을 세웠다. 낮에 남편이 집필하는 사이 부인은 가사를 돌본 다음 저녁이 되면 부인이 남편의 글을 원고에 정리하여 적었다.



톨스토이는 1864년에 '전쟁과 평화'를 쓰기 시작하여 5년에 걸쳐 작품을 완성시켰다. 6부로 구성된 대작이었다. 1805년에서 1820년에 걸쳐 전개되는데 주로 1812년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했을 때를 중심으로 이에 맞서 싸우는 러시아인들의 저항을 다섯 가정을 통해 전개해 갔다.

실제 인물과 가공 인물을 섞었지만 무려 580명의 인물들이 소설 전체에 골고루 나뉘어 등장한다. 러시아 가정 분위기에서 나폴레옹 지휘 본부까지 알렉산더 황제의 궁정부터 아우스털리 전투나 보로디노 전투장면까지 스토리는 종횡무진으로 펼쳐진다.

이 소설은 톨스토이의 역사관을 잘 반영하고 있다. 특히 나폴레옹에 대한 작가의 비판은 아주 날카롭다.

"역사적인 사건에서 소위 말하는 영웅이란 그 사건에 붙이기 위해 사용되는 이름표에 불과하다. 모든 이름표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사건과 거의 관련이 없다. 그들이 벌이는 행동은 아무리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른 결과라해도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전혀 자유의지가 아니다. 전에 있었던 역사의 전 과정에 속박되어 있고 영원성 가운데서 이미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소냐는 이 대작 '전쟁과 평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무려 일곱 번이나 다시 쓰면서 정리했다. 이 소설이 완성된 후 톨스토이는 정신적으로 쇠진되고 불안정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낙망과 공포에 시달렸고 급기야는 심한 우울증으로 진행되어 그의 창조성은 완전히 고갈되어 글을 쓸 수 없었다. 이런 상태가 약 2년간 계속되었다.

그는 사마라 대초원을 여행하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그래서 그 곳에 6700에이커의 땅을 사서 말을 길렀다. 그 후 7년 간 매해 사마라 휴양지에서 여름을 지냄으로써 우울증을 달랬다. 위대한 작가에게도 우울증은 '이름표'처럼 따라 붙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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