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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진단] 어떤 미국 우선주의를 말하는가

차 주 범 / 민권센터 선임컨설턴트

트럼프가 빠르게 칼을 휘둘렀다. 광기에 휩싸인 망나니가 추는 칼춤이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행정명령을 연이어 공표했다. 전가의 보도인 남부 국경지대 장벽 설치를 재다짐했다. 멕시코에게 비용을 전가한다고 한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돈을 무기로 이민자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를 핍박하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연방 기금 수여 중단을 명시했다. 연초에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이 2018 회계연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총액은 846억7000만 달러다. 뉴욕시 1년 재정에서 연방 기금의 비중은 약 9%다. 액수도 크지만 대부분 인적자원관리국(HRA) 같은 기관에 배정된다. 메디케이드, 푸드스탬프 등 복지 행정을 관장하는 기관들이다. 연방 기금이 실제로 끊기면 결국 저소득층과 사회 소외 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트럼프가 두 번째로 발표한 행정명령은 미국 사회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7개 무슬림 국가 출신 사람들의 입국을 금지했다. 물론 명분은 테러 방지와 국가 안보다. 근거는 매우 빈약하다. 입국 금지 대상 국가들은 미국에서 테러를 일으킨 적이 없다. 트럼프는 또 한 번의 거짓말로 인종차별과 인권침해가 명백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현재의 미국은 1965년 이민법 체제로 규정할 수 있다. 그 이민법은 이전의 관행을 철폐했다. 특히 아시안 국가들이 표적이었던 쿼터제를 없앴다. 미국의 핵심 이민 제도인 가족 초청을 전면 도입했다. 이후 미국은 명실공히 다인종 국가가 되었다. 한인 커뮤니티도 단절의 역사를 마감하고 이 나라에 본격 뿌리내렸다. 트럼프 행정명령은 미국의 이민 체계를 180도 선회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1965년 이민법의 정신을 전면 부정하는 행태다.
트럼프 행정명령은 민주주의 체제의 근간도 흔든다. 어떤 측면에선 이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미국은 삼권분립이 국가의 운영 원리다. 행정부·입법부·사법부의 균형과 견제가 핵심이다. 행정명령이 본격 시행되자 뉴욕 브루클린 연방지법은 중요한 결정을 했다. JFK공항에 억류된 입국자들을 본국에 송환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그러자 국토안보부는 대통령의 행정명령만을 따르겠다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의 칼춤에 정부기관이 장단을 맟추는 형국이다.
최근 시애틀 연방지법 판사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잠정 시행 중단을 판시했다. 이어 샌프란시스코 제9연방순회법원 판사들도 만장일치로 행정부의 항고를 기각했다. 종국엔 연방대법원의 유권 해석에 따라 행정명령의 운명이 결정될 참이다. 당파를 초월한 연방의회 의원들도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비난하고 나섰다. 지금 트럼프는 외부와의 마찰과 내부에서의 충돌을 동시에 수행 중이다.
트럼프 행정명령의 원천은 자신감이다. 로이터의 여론조사 결과 미국민 49%가 찬성을 표명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드높을때 지지자들은 조용했다. 대놓고 지지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던 그들은 선거날 투표로 말했다. 지금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명령을 규탄하는 열기가 뜨겁다. 어제의 그 지지자들은 오늘도 조용히 트럼프를 성원한다. 행정명령을 둘러싼 전체 여론은 반반이다.
이렇게 트럼프는 후보 시절부터 미국 사회를 간단히 두 동강 냈다. 허위에 바탕한 혐오와 증오의 말들을 마구 분출해 지지자들을 결집했다. 이제는 최고 권력자로서 미국 사회의 분열을 부채질한다. 역설적으로 행정명령을 비판하는 진영에선 유례없는 인종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얼마 전 배터리파크에서 개최된 행정명령 반대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절대 다수가 백인 시민들이었다. 트럼프는 분열과 통합을 한꺼번에 일으키고 있다. 전무후무한 경우다.


트럼프는 취임 연설에서 나름의 국정 지표를 밝혔다. 이른바 미국 우선주의다. 이는 광의의 개념이다. 한 국가는 그 안에 여러 계층을 포괄한다. 특히 미국엔 다양한 인종이 존재한다. 현재까지 드러난 그의 미국 우선주의엔 이민자·유색인종은 배제되었다. 트럼프는 미국의 이익을 추구한다면서 정작 미국인들을 괴롭힌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미국 우선주의인가.
트럼프 행정명령은 한인 커뮤니에도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코리안아메리칸들 앞엔 모국 대한민국의 시민들이 감당해 온 4년의 세월에 못지않을 앞으로의 4년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촛불이 정의 실현의 구심이다. 미국의 상황도 대규모 저항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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