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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너무 '하얗게' 변해가는 미국

조원희 / 디지털부 기자

2016년 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큰 화두는 '다양성의 문제'였다. 2년 연속 주요 연기 부문에 백인 배우만 선정되면서 '오스카는 너무 하얗다'(Oscar So White)라는 키워드가 등장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수상을 결정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위원회 회원 6261명 중 91%가 백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할리우드에 다양성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져나왔다.

이후에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백인중심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 한 장으로 불거진 논란이다. 의회에서 일하는 인턴을 모아서 '셀카'를 찍은 라이언 의장은 자랑스럽게 이 사진을 공개했지만 100여 명에 이르는 인턴 중 유색인종은 5명 이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역풍을 맞았다. 이 때문에 '공화당은 너무 하얗다'(GOP So White)라는 키워드가 등장했다.

그래미 시상식에서도 이러한 비판은 계속됐다. 힙합이나 R&B가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2016년 열린 58회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힙합역사상 최고의 작품'이라고 불렸던 래퍼 켄드릭 라마의 앨범이 올해의 음반 등 주요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사람들은 인종차별에 대해서 정면으로 다루는 켄드릭 라마의 가사가 보수적인 그래미의 취향에 맞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올해 그래미는 아델과 비욘세의 대결이 화제였다. 비욘세의 레모네이드는 '기념비적'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음반이었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에 깊게 영향을 받은 가사가 돋보였다. 시종일관 자신의 인종에 대해 자랑스러움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주요부문 수상에는 실패했다. 아델은 올해의 앨범 상을 반으로 쪼개서 비욘세에게 건내면서 많은 사람의 아쉬움을 대변했다. 소셜미디어는 '그래미는 너무 하얗다'(Grammy So White)라는 키워드로 도배되고 있다.



흑인 커뮤니티는 이렇게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 기민한 대응을 하고 있다. 백인중심주의에 맞서는 '다양성 싸움'에서 선봉에 서는 모양새다.

한인사회를 비롯한 아시안 커뮤니티는 어떨까. 이코노미스트는 "2000년대 이후 아카데미상 수상자 흑인 비율을 따져보면 미국 인구 중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과 비슷하다. 진짜 차별은 히스패닉과 아시아계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사회에서 5%가 넘는 인구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거의 대접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반영돼 있다.

원작이 있는 영화에서 동양인 역을 백인으로 바꾸는 이른바 '화이트 워싱'은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의 대표적 사례다. 원작에서는 동양계 남성 노인이었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의 캐릭터 '에인션트 원'은 영화에서 백인 여배우 틸다 스윈튼이 맡았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는 일본계였던 여주인공 역에 스칼렛 요한슨을 캐스팅한 공각기동대는 개봉도 전에 논란이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화이트 워싱은 계속되고 있다.

너무 하얀 미국사회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들은 높아져 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이후 이민자들이 '반이민정서'를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목소리들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 커뮤니티는 더욱 더 적극적으로 이런 움직임에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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