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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프리즘] 뉴욕 필 '주석궁 공연'

[LA중앙일보] 발행 2007/12/18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07/12/17 17:01

김지수 LA한국교육원 이사장

요즘 각종 연말 모임에 참석하는 부인들이 조금이라도 예뻐 보이려 어느 옷을 입고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한다. 남자들은 보통 정장을 하면 되기에 옷 걱정은 안 해도 되는 특전이 있는 것 같다.

미주 한인들의 역사적인 사진들을 보면 1883년 보빙 사절단의 경우 미국에 올 때 조선 궁중 의상을 입고 와서 체스터 아서 미국 대통령에게 큰 절로 인사하며 고종의 친서를 전달했다. 또 고종이 조미 친선의 징표로 1893년 시카고 세계박람회에 보낸 출품대원 4명과 악공 10명도 궁중의상을 입고 와서 당시 클리블랜드 대통령 앞에서 궁중 국악을 연주했다.

한상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1900년 대 초의 재미 조선인 인삼장사들은 중국인들에게 고려인삼을 팔러 다니며 그들이 파는 인삼이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진품 고려인삼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짚신에 상투를 틀고 조선옷을 입고 다닌 상술을 발휘했다.

미주 최초의 항일 구국 단체로 190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도산 안창호 주도로 조직된 공립협회의 창립회원들은 양복에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의 사진을 남겼고 일상 생활에서는 노동과 농사일을 하였어도 각종 모임에서는 남자들은 대한인의 위엄을 과시하려는 듯 정장차림을 하고 사진을 찍었다.

아랍권을 위시하여 일부 전통의상을 착용하는 나라를 제외하면 양복에 넥타이 차림의 정장은 19세기부터 전세계의 공통 정장으로 인식됐는데 유독 히틀러 무솔리니 스탈린 모택동 장개석 카스트로 호치민 김일성 김정일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등은 전통의상도 아닌 독특한 옷을 즐겼다. 이들은 모두 독재자인 공통점이 있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한국 노무현 대통령을 맞이한 국빈 만찬에서 그만이 독특하게 점퍼 차림에 프랑스 포도주를 즐긴 것은 아무래도 격에 안 맞아 보인다. 7년 전에 김대중 대통령을 맞이 할 때는 근접 경호원들이 권총을 허리 옆구리에 찬 군복 차림이었는데 금년에는 경호원들이 넥타이에 정장을 했으니 진일보했다고나 할까.

내년 2월에 뉴욕 필하모닉이 평양에서 공연한다고 한다.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 공연의 경우 야외 공연이 아니고 실내 공연일 때는 정장 차림이 상식이다.

영화광이며 클래식 음악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김정일 위원장이 뉴욕 필의 평양공연에 양복 정장차림으로 참석하던지 경호 문제로 공연 참석이 어려우면 뉴욕 필 공연단을 주석궁에 초청하여 만찬을 베풀고 한인 여배우 샌드라 오가 출연한 영화 사이드웨이로 유명해진 캘리포니아산 피노 누아 포도주로 한턱내면 북한이 '악의 축' 국가에서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로 인식이 전환될 것이라고 쓸데없는 망상을 해본다.

클리블랜드 대통령이 115년 전인 1893년 시카고 박람회에 참가한 조선의 악공을 백악관에 초청하여 조선 궁중음악을 연주한 것을 회상하며 그 답례로 뉴욕 필을 주석궁에 초청한다고 한마디 하면 북미 친선에 일대 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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